일본 정부가 현 아키히토 일왕이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힘에 따라 내년 초 관계 법령 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생전 양위 논란을 계기로 여성 혈족의 계승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15일 일본 정부가 이르면 내년 정기국회 때 왕위 계승이나 왕족의 신분 등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이하 전범)을 포함한 관련법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가자오카 오리유키 장관 등 왕실업무를 전담하는 궁내청 간부들이 올해 봄 이후 전범 개정에 관해 검토했으며 논의한 내용이 총리실과 일왕 부부에게 공유됐다.
또한 지난 6월 인사 때 총무성과 후생노동성, 경찰청 등 옛 내무성 계열의 과장급 인사 10여 명을 스기타 가즈히로 내각관방 부장관 아래 모아 전범 관련 태스크포스팀(TF)를 구성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팀은 전범 개정의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아키히토 일대에만 적용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사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후 일왕의 만 83세 생일인 올해 12월 23일까지 생전 양위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정리하고 내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을 정비한다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일본 언론들은 생전 퇴위에 대해 아키히토 일왕이 평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해 보도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궁내청이 올해부터 일왕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을 검토했으나 아키히토 일왕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상징에 어울리는 존재 방식’이 불가능하다면 양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왕은 업무를 줄인다는 궁내청의 구상에 대해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면 별개의 얘기지만 가능하다면 책무를 완수하고 싶다’고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작년에 75차례 지방 등을 방문하고 황거에서 외국인 방문자를 비롯해 270차례의 손님맞이를 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복수의 일본 언론들은 스기타 부장관이 이끄는 팀이 생전 양위 문제에 앞서 여성 미야케 창설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해 왕실 제도의 존재 방식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전범은 일왕의 생전 퇴위 규정이 없고 여성의 왕위 계승이나 여성 미야케 창설 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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