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6.7%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갔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전망치 6.6%를 웃도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연초 위안화 환율이 요동치면서 경착륙 우려가 팽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단 중국 경제 흐름이 예상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며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당국의 통계 ‘마사지’ 의혹이 여전한데다 공급과잉 우려와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3·4분기 경기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아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2분기 연속 6.7% 성장률 유지=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중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4조637억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외신들이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을 종합해 예상했던 전망치 6.6%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시장을 휩쓸었던 비관론자들의 시계를 일단 멈춰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며 중국이 연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했던 올해 성장률 목표구간(6.5∼7.0%)을 달성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중국의 기초여건은 아직 강한 편이 아니지만 경제는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여서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등 내수가 성장 이끌어=2·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것은 중국 당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 등 내수 분야의 성장 속도가 양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등 3차산업의 상반기 성장률은 7.5%로 제조업 등 2차산업(6.1%)과 농업 등 1차산업(3.1%)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소매판매가 6월에 10.6%의 증가세를 기록해 예상치(9.4%)를 뛰어넘었다. 6월 광공업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 시장 예상치(5.9%)를 웃돌았다. 경기 부양 지표가 될 수 있는 6월 신규대출 규모 역시 1조3,800억위안으로 올 1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지표들은 중국 경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어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차량공유 서비스나 음식 배달 등 신경제 분야를 GDP 산출 구성항목에 포함시키는 등 GDP 산출 방식을 바꾼 점이 성장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당국의 통계 마사지 가능성을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달 초 GDP의 주요 구성항목인 사회·소매판매 통계에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서비스 등 신경제 분야와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통계 방식 변경 후 연간 GDP가 평균 1.06% 늘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의 시각을 의식한 듯 중국 당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적용된 구성항목 변경이 GDP 수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투자 감소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남중국해 분쟁 판결의 후폭풍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노무라증권의 자오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감소하고 있는 고정자산 투자와 최근 중국 남부 지역을 휩쓴 호우의 여파가 3·4분기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가파른 회복세보다는 현재의 지지부진한 성장률이 이어지는 L자형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브렉시트와 남중국해 판결의 파장으로 중국 경제가 다시 흔들릴 기미가 보인다면 중국 당국이 금리 인하 등 부양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경제가 안정 속 진전 양상을 보여줬다”면서도 “경제의 하방 압력이 여전히 강한 만큼 수요 확대, 공급 측 개혁과 함께 신성장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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