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은 경북 성주군민들이 삭발을 하고 촛불집회를 하는 등 사드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날밤 늦게 성주행(行)을 결정했다.
그렇지만 성주 군민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민들이 격앙돼 있는 분위기여서 불상사가 생길까봐 걱정을 했다”며 “하지만 물리력을 투입해서 총리가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하기보다는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하기 위해 총리께서 버스에서 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황 총리가 이날 현장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전에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주민들께 고개를 숙였고, 그럼에도 항의하고 반발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무총리의 이동로를 저지하고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나쳤다는 반응들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몽골 방문을 위해 전날 출국해 국내 부재중인 상황에서 황 총리는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상황이다.
대통령이 없는 상황인지라 외교·안보 사안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총리가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총리가 ‘국정의 컨트롤타워’로서 관련 부처를 통할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황 총리가 성주군청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 외교·안보 관련 위급한 상황이나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이다. 황 총리를 수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함께 발이 묶여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부재시에 총리가 저렇게 장시간 발이 묶여 있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저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주민이 황 총리에게 미리 준비한 계란을 던진 점 등으로 현지 주민들만이 아니라 ‘사드 반대’ 단체들의 조직적인 관여가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황 총리의 이 날 일정은 줄줄이 차질을 빚었다.이 날 오후 4시로 예정된 정부업무평가위원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오후 6시에는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 창립70주년 기념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오지 못해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축사를 대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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