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게·THAAD)’ 배치와 관련해서 경북 성주를 방문했을 때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김우락 경북경찰청 수사과장을 반장으로 한 전담반을 편성했다고 17일 밝혔다. 25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은 황 총리 일행이 방문 때 발생한 ‘사드 배치 반대’ 시위 과정에 대한 동영상 등 자료를 수집해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분석 중이다. 경찰은 트랙터로 황 총리가 탄 미니버스 출입문을 막은 주민은 우선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폭력 사태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경찰은 사드 설명회 때 성주군민이 아닌 외부 인사가 집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불법행위를 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또 경찰은 달걀·물병을 던지는 등 폭력행위에 가담한 주민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엄중히 처벌하기로 했다. 당시 황 총리 일행은 성주군청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드의 안전성 등을 설명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면서 거세게 반발해 설명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황 총리 일행은 성주군청 안으로 피신했고, 현장에 나와 경찰 병력을 지휘하던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은 날아든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분이 5㎝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에 탑승해 장소를 이동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버스를 둘러싸고 항의하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황 총리는 이날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승용차 편으로 군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행위 주동자와 가담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며 “경찰관 폭행 등 주요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출석요구 등을 통해 즉시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정부의 소통 부재를 비판한다는 명분과 별개로 이는 ‘도구를 사용한 폭력’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국무총리·전직대통령에게 달걀 등을 투척했다 처벌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시절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총리 취임을 앞둔 1991년 6월 한국외대에서 교육학 특강 마지막 강의를 하다 학생들이 던진 밀가루와 달걀을 맞았다. 당시 정 전 총리가 문교부 장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생운동 등에 강력히 대응했다며 달걀 등을 던진 한국외대생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1999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나라를 망친 사람을 응징한다”는 이유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달걀을 던진 한 재미교포도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달걀과 물병이 위험한 물품인지, 행위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등 증거수집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어떤 법 조항을 적용할지 등은 수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 때 물병과 달걀이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되거나 여러 사람이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 경찰은 단순폭행이 아닌 형법상 특수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감금 혐의는 황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탑승한 차량이 이동을 저지당했을 뿐, 외부 연락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적용되지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신 차량 이동을 막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성주=
/성주=이현종기자 ldhjjl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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