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당 소속 예비후보에게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는 내용의 전화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친박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비박은 물론 당 지도부까지 강한 어조로 비판공세에 나서자, 친박들이 일제히 ‘최·윤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19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천개입 파문과 관련) 어제 확인해 보니 대통령이 공천에 일일이 관여해 특정 지역에 후보를 넣으라거나 빼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말 중대한 해당행위”라며 “공천 문제에 아무런 권한도 없이 개입했던 최경환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본지 기자와 만나 “(녹취가 공개된 이상) 두 사람은 포괄적으로 해당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어 당 차원의 징계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징계를 추진할 경우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게 고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다른 의원은 “(두 사람이) 스스로 탈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탈당을 압박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후보들도 최·윤 의원에 대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5선인 정병국 의원은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친박들은 계파 해체를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도 “대통령을 판 그 사람들에게 국민도 속고 대통령도 속으신 거냐”라고 날을 세웠다. 주호영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의원의 ‘내가 별의별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표현들은 거의 범죄행위에 가까운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지난 공천에 대해서는 “장기판에 돌을 옮기듯이 (후보들을) 옮기는 데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그 몸통이 드러난 것”이라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반면 친박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날 최·윤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녹취 공개가 이뤄진 데 대해 비박계를 배후로 의심하는 등 친박과 비박간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서청원계로 분류되는 이우현 의원은 “당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통화한 내용을 녹취해서 공개한 것은 옳지 않다”며 “비겁하고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인간쓰레기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녹취 공개를) 진작하지 왜 이런 시점에 하냐.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해 온) 서청원 의원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냐”며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비겁한 행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실제 보름 가까이 당 대표 출마를 놓고 고심해 온 서 의원은 이날 녹취 공개 영향으로 당 대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박인 김태흠 의원은 “(녹취 내용을 보면) 총선 개입이라 볼 수 없고 자별한(친분이 남보다 특별한) 선후배, 동료의원간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끼리 서로 정보 주고받을 수 있고 권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라며 “당에서 한명이라도 더 당선시키려고 교통정리 하는 차원의 권고”라며 최·윤 의원을 두둔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천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다”며 “(이런 게 문제가 되면) 김무성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마포지역으로 나가라고 권유한 것이나, 오세훈 시장한테 다른 곳으로 고려해 보라고 한 것도 문제삼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총선이 지난 지 몇 달이나 됐는데, 전대 직전에 이런 게 나와 불순한 의도가 있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태를 누가 상의하고 뒤에서 조종을 했다면 파당행위”라며 비박계의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당 내부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녹취 공개를 통해) 진상이 다 나와 있는데, 조사할 게 뭐가 있느냐”며 “오히려 통화내용을 유출한 사람의 도덕성에 대해 국민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역공했다. 또 다른 친박인 이장우 의원은 “(녹취 공개 등) 뭐든지 폭로하는 문화가 문제”라며 “왜 이렇게 폭로가 된 것인지 그 배경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