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에어컨 실적이에요.”
올 2·4분기 삼성전자의 가전부문 영업이익을 두고 삼성전자 고위관계자가 하는 얘기다. 8,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가까이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전(CE) 분야 실적을 프리미엄 제품인 무풍에어컨이 이끌었다는 것이다. 출시 4개월 만인 지난 5월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고 요즘 팔리는 에어컨 가운데 60%가 무풍에어컨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 사전은 대박을 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셰프컬렉션’과 ‘T9000’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이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연평균 50%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0일에는 프리미엄 드럼세탁기 ‘애드워시’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했는데 올 들어 삼성전자에서 팔린 전체 드럼세탁기 10대 중 7대 이상이 ‘애드워시’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가전에서 무섭게 치고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점, 삼성 가전답지 않은 일이 생겼다.
지난 20일 환경부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공기청정기 58개 모델과 차량용 에어컨 필터 3개에서 유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당초 얘기와 달리 삼성 제품도 들어가 있었다.
삼성의 설명은 이렇다.
“2008년부터 2010년에 단종된 제품이었고, 원래는 문제가 된 항균필터를 쓰지 않았으나 단종 후 필터교환용으로 나중에 들어온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종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 제품을 쓰는 고객들이 있다. 삼성은 환경부 발표를 접하고 내부 검토를 거친 뒤 무상으로 필터를 교환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22일부터는 광고를 내고 해당 사안을 고객들에게도 알리기로 했다. 발빠른 삼성의 발이 이번엔 다소 느렸다.
다른 사례도 있다. 공기청정기가 문제가 된 후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는 ‘집진필터 MSDS’라는 이름의 글이 지난달부터 올라와 있다.
사실상 영어원문 그대로인데 ‘MADS(Material Safety Data Sheets)’로 시작하는 이 글은 ‘Product name’, ‘First aid measures’ 같은 영어와 복잡한 화학용어로 돼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상 문제가 없다는 것 같긴 한데,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들다.
삼성의 프리미엄 가전이 잘 나가는데는 앞선 기술력과 애프터서비스(AS), 철저한 품질관리가 한몫했다. 삼성의 일류정신은 공기청정기에도 필요하다.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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