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완화 방안(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을 무력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민의당이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안과 달리 태광·KCC 등 16개 그룹에 대기업집단 규제가 고스란히 적용된다. 시행령이던 기준도 아예 법령으로 못 박아 정부가 손댈 수 없게 만들었다.
국민의당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3단계로 세분화해 차등규제에 들어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예고했다. 5조~7조원 규모의 그룹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와 공시의무만을 지지만 7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기존 규제가 모두 따라붙는다. 여기에 더해 50조원 이상의 그룹에는 친족분리기업 및 해외 계열사로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해외 계열사의 소유구조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시행령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13일 입법 예고했다. 공정위 안으로는 카카오·셀트리온·태광·KCC·코오롱 등 28개 그룹이 대기업집단에서 배제된다. 반면 국민의당은 이 그룹 모두를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한 뒤 차등 규제한다.
특히 국민의당은 대기업 규제의 전제인 지정권을 국회가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도록 한 현행법과 달리 개정안은 기준액을 구체적인 법령으로 명시한 것이다. 김관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행령을 고쳐 대기업집단 기준을 조정한 게 8년 전 일인데 국회에서는 매년 공정거래법을 고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며 “법에 고정된 금액을 고치기 위해 법을 내는 것은 의회에서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50조원 이상의 그룹들에는 규제를 신설하겠다는 것 역시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현대차·SK·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농협 등 10개 그룹들이 그 대상이다. 낡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손봐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시작된 지정기준 상향 논의가 오히려 기업들을 옥죄는 부메랑이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경석기자 kad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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