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은 몸집 불리기가 아닌 질과 효율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리커창 총리)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국유기업 개혁 간담회. 중앙 및 지방정부와 관련 공무원들, 국유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나란히 등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서로 완벽히 모순되는 개혁방향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더 크고 강한 국유기업을, 리 총리는 작고 효율적인 국유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중국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잇따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한 관리는 WSJ에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의 확실성이 부족하다”며 “모두가 다른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만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내에서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이자 군 통수권자다. 리 총리는 내각을 총괄하며 경제 문제를 담당한다.
그런데 시 주석은 집단지도 체제에서 1인독주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경제 문제까지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시 주석이 리 총리를 배제한 채 경제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경제동향을 파악하는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틀 후 리 총리는 경제전문가들과 별도의 회의를 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시 주석은 부패척결과 강력한 리더십 부활을 내세우며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권력의 중심이었던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당)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 부장에게 지난 4일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리위안차오 부주석도 최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이러한 공청당에 속한 대표적 인사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임기가 오는 2022년까지인 리 총리를 내년에 조기 퇴진시키려 한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5월 인민일보가 게재한 인터뷰 기사에는 두 사람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시 주석의 최고경제고문이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사에서 ‘실력자’는 1·4분기 중 급증한 은행권 부채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 3월에 시작된 은행권 부실채권 출자전환 같은 정책은 ‘좀비기업’을 연명시킬 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명확히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리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을 힐책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경제 전문가인 배리 노턴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경제정책이 리 총리가 아닌 시 주석의 소관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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