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전 세계를 혼란과 충격에 빠뜨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을 내린 지 한 달.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세계 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던 우려와 달리 영국중앙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글로벌 증시가 빠른 회복세를 기록하면서 위기는 일단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를 놓고 오는 2018년까지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가 지난 한 달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악영향이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민투표로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2조달러 이상 증발하는 등 일시적으로 공포심리가 폭발했지만 이후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는 다우존스지수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증시도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시장이 조속히 진정되기까지 BOE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브렉시트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BOE는 빠른 시간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는 등 통화완화정책을 확대할 것이라고 수습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BOE가 다음 통화정책회의 기간인 8월4일에 브렉시트 해소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 집권 보수당이 당 대표 선출을 2개월가량 앞당겨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새 정부를 조기에 구성한 것도 금융시장에 호재가 됐다고 FT는 전했다.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도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12월이 돼서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BOJ)도 28~29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영국 경제에 악영향이 감지되면서 브렉시트 여파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발표된 7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7로 크게 하락했다며 영국의 실물경제 악화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7월 PMI는 2009년 초 이후 87개월 만에 최저치다. 브렉시트 이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화도 영국 경제의 골칫거리다. 파운드화 가치는 22일 파운드당 1.3109 달러에 머물며 브렉시트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는 7일 1.2903달러까지 떨어져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은 EU 탈퇴로 이민자 유입을 막으면서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권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지만 EU는 이동권 보장 없이는 시장 접근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정상들은 9월16일 슬로바키아에서 비공식 회동을 하고 이어 10월20~21일 브뤼셀에서 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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