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이 40% 줄었다는 국정원의 국회 보고가 언론에 공개됐다. 북한은 지하자원을 중국에 수출해 연간 13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석탄은 대중 수출의 가장 큰 품목으로 전체 수출액의 42%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유엔은 올해 북한의 가장 큰 돈줄인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 7개 품목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중국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는 중국에 달려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같이 중국이 대북제재에 우리만큼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의 세관 통계를 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석탄 등 지하자원의 수출 추세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일부 품목은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올 5월까지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은 8,609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48천톤에 비해 14% 늘어났다. 물론 석탄가격 하락으로 석탄 수출액은 13.9% 감소했다. 제재 대상 7개 광물을 대상으로 한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 감소한 4억4,000만달러였고 지하자원 전체로는 전년 대비 11.8% 감소한 4억9,000만달러였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연과 구리 및 마그네사이트 등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 수치로 보면 중국은 유엔 제재에 동참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일선에서 북한 석탄을 수입하는 중국 무역업자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대북 석탄 수입물량이 전년도에 비해 약 50% 정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세관 통계에서는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석탄 수입량이 늘어나 무역현장과 세관 통계 수치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인 세관 통계를 신뢰해야 하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없어 궁금증을 유발할 소지는 있다. 최근 일본 방송도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 감소로 화력발전소에 석탄 공급이 충분해져 평양 시내에는 정전이 거의 없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북중 석탄무역 통계를 두고 논쟁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중국의 세관 통계에 대한 의문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이후 중국은 세관 통계에서 석유 수출액을 갑자기 삭제했다. 중국의 대북 석유 수출은 분명 있어 보이지만 통계에서 누락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유엔 제재에 맞춰 제재 대상과 품목을 고시했지만 실제로 일선에서는 제재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이행되지 않는 듯 보인다. 물론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민생 목적은 예외가 되기 때문에 제재에 허점은 남아 있다. 중국은 제재를 실행하기 위해 과거보다 통관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민생용으로 수입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판매처 등 수입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통관에 걸리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재 품목의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하자원 외에도 의류 임가공이나 수산물 역시 여전히 활발하게 북중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가 잘 이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북중 무역 추세를 보면 유엔 제재가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재가 성공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지속성을 가져야 하지만 중국이 지금보다 강화된 제재를 할 수 있을까. 대북 제재에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이 동참할 수 있도록 꾸준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대북 무역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 단둥·옌지 등지에 있는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의 무역을 중지하더라도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조성해주지 못하면 그들은 중국 정부나 우리가 원하는 제재에 별로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제재에 동참하는 척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소중한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가져가고 있다. 무엇이 통일한국을 만들어가는 지름길인지 다시금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남북 관계의 틀을 제대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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