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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이번엔 '샌더스 비방 메일'에 발목…대관식 시작부터 삐걱

[민주 전대 개막…위키리크스 '편파경선' 폭로]

대선가도 위기...트럼프에 지지율 역전 당해

민주당 지도부, 샌더스에 불리한 기사 유도

무신론자로 언급 등 거부·적대감 고스란히

슐츠 위원장 사퇴에도 샌더스측 거센 반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들이 전당대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데비 와서먼 슐츠 전국위원회(DNC) 위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DNC 위원들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하게 경선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e메일이 폭로되면서 자칫 민주당 전당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거물급 인사를 대거 출격시켜 ‘단합된 세(勢)’ 과시에 나서려던 클린턴 진영은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당장 당내 분열부터 수습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민주당 지도부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하도록 대선 후보 경선을 편파진행했다는 자료가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미국 내 3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하며 최대 위기에 몰렸다. 당내 거물급 인사의 대거 불참으로 사실상 트럼프의 가족잔치로 치러진 공화당 전당대회와의 차별화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려던 클린턴 진영은 당장 트럼프와의 맞대결보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지지층의 분노부터 달래야 할 판이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


◇편파경선 증거 폭로로 발칵 뒤집힌 민주당=
첫날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샌더스 상원의원 등의 지지연설에 이어 26일 주별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을 통해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 이어 27일에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인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이 나서 분위기를 띄운 후 28일 클린턴의 후보 지명 수락연설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직전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당내 경선을 관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인사 7명의 e메일 1만9,252건과 첨부파일 8,034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폭로된 e메일에는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거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폭로된 e메일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직원이 샌더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을 주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으며 특히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의 e메일에서는 샌더스를 ‘무신론자’로 언급하며 “우리는 그와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를 적대시하는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샌더스 측은 즉각 반발했다. 샌더스는 이날 CNN에 출연해 “DNC 내부의 편견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슐츠는) 의장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전당대회 사회자를 슐츠 의장에서 마시아 퍼지 하원의원으로 급히 교체하고 슐츠 의장의 전당대회 연설도 취소했다. 슐츠 의장도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클린턴 측은 문건 폭로의 배후를 러시아로 지목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ABC뉴스에 “전문가들이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DNC 전산망에 침투해 e메일을 해킹했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클린턴, 제2의 e메일 스캔들에 발목 잡히나=이번 사태로 당내 경선 내내 국무장관 시설 국가안보사항을 개인 e메일로 주고받은 전력 때문에 허우적거리다 겨우 빠져나온 클린턴이 또 다른 ‘e메일 스캔들’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샌더스는 일단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샌더스 지지자들이다. 클린턴은 지지 결집을 위해 샌더스의 공약 중 상당수를 민주당 정강정책에까지 반영했지만 본격적인 본선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칫 이들이 대거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시애틀과 플로리다 등에서는 1,000여명의 샌더스 지지자들이 이번 사태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고 상당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질 스테인 녹색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실제로 e메일 파문으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여론조사 지지율도 뒤집어졌다. 최근 진행된 3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을 2~4%포인트 격차로 앞질렀다. CNN 방송과 ORC의 전국 단위 공동여론조사(7월22∼24일·1,001명)에서 트럼프는 48%의 지지율을 기록해 45%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3%포인트 앞서며 역전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전에 실시한 CNN-ORC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9%대42%로 트럼프를 7%포인트 앞섰다. 또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USC 여론조사(7월18∼24일·2,083명)에서도 트럼프는 45%대41%로 클린턴 전 장관을 4%포인트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그래비스의 조사(7월21∼22일) 역시 51%대 49%로 트럼프가 2%포인트 차 역전에 성공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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