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경기와 인천 등으로 몰리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서울 지역에서 정비사업 물량이 급감하자 예전에는 관심이 적었던 지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을 피해 경기·인천 정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중견 건설사와의 경쟁도 한층 심해진 모습이다.
26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의 대형 건설사 중 서울에서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경우는 대림산업·SK건설·롯데건설 등 4건에 불과했다. 서울 지역 정비사업 총 수주액은 5,000억원 정도로 대형 건설사의 올해 전체 수주액(약 7조원) 중 10%가 채 되지 않는 비중이다.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주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시공사 선정 발주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2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사업 해제를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294곳에 달하는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또 시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보다 늦춘 건축심의 이후로 결정하면서 올해 나와야 할 물량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울 이외의 수도권 지역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전체 수주액의 80%가량인 5조6,000억원 정도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된 광명 뉴타운 11R구역(7,541억원)을 비롯해 수원 팔달8구역(6,780억원), 인천 청천2구역 뉴스테이(7,528억원), 고양시 능곡2구역(3,003억원) 등 굵직한 사업장에서 올해 잇달아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사업장은 사업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한 곳이 많았지만 최근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모습”이라며 “2,000가구 이상 대형 사업장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외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최근 경기도와 지방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강화하던 중견 건설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경기도의 한 뉴타운 사업 현장설명회에는 한양·신동아건설·중흥토건·대방건설 등 중견 건설사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포스코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까지 가세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대여금 등 현금이 풍부해야 하는데 대형사와 경쟁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며 “2~3년 전만 해도 대형사들이 경기와 인천 사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1,000가구 이상만 되도 관심을 가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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