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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유혹’ 도핑과의 전쟁

2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도핑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IOC 토마스 바흐(왼쪽)와 마크 아담슨 위원장/사진=AFP통신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금지약물을 썼다는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 육상선수들에 대해 출전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는 일반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조직적으로 약물을 투여한 것으로 알려져, 도핑(금지약물 복용) 파문이 확산 되고 있다.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사용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한때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종목별 국제경기연맹의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IOC가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의 도핑 샘플 1천243건을 재검사한 결과 45명의 비정상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샘플 23개도 포함됐다.

잇따른 금지약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제 스포츠계는 ‘도핑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검은 유혹’ 도핑

도핑이란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체력과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종교행사에서 흥분제로 사용하던 독한 술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는 ‘Dope’는 1899년 ‘말에게 사용되는 아편, 마약성 약물’이라는 뜻으로 영어사전에 등장했다. 1911년 오스트리아에서 경주마를 대상으로 처음 도핑테스트가 실시 됐고,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부터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도핑테스트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선수들의 약물 복용에 대한 규정이 심하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BC.3세기 고대올림픽 제전경기부터 19세기 올림픽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있다.

1950-60년대 선수들도 약물에 대해 큰 의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약물중독으로 인해 선수들이 목숨을 잃게 되자 세간은 도핑을 금지해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1886년 프랑스 600km 사이클 경기에서 약물복용에 의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경기에서 마라톤 우승자인 토머스 힉스가 경기 종료 후 과량의 흥분제 복용 때문에 졸도, 1906년 로마올림픽 사이클 종목에 출전한 덴마크의 커트 젠센 선수가 암페타민을 복용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자 도핑에 대한 규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1964 동경올림픽부터 도핑을 스포츠 일탈 행위로 ‘자격박탈’이라는 제재가 검토됐고, 1967년 IOC 의무분과위원회가 도핑의 정의와 금지약물목록을 발표해 1968년부터 그레노블 올림픽과 멕시코올림픽부터 도핑검사가 도입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m 결선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미국의 칼루이스를 제치고 1위로 들어오고 있다.


▲세기의 도핑 스캔들

도핑과 관련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표적인 사건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발생했다. 당시 육상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었던 미국의 칼 루이스 선수를 제치고 캐나다의 벤 존슨이 9.79초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러나 경기 후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스태노조롤(Stanozolol)이 검출, 2년간 자격정지와 함께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벤 존슨의 도핑이 적발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 된 이후 국제경기단체들은 도핑과의 전쟁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와중에 1998년 프랑스에서 열린 사이클대회에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도핑 스캔들이 발생했다. 안도라에 본사를 둔 시계회사인 페스티나의 후원을 받고 있던 페스티나 팀의 관계자가 대회 도중 금지약물을 수송하다 프랑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이때 적발된 약물 앰플이 400여 개에 달했으며, 이들은 단지 그들 팀만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 큰 충격을 줬다.

페니스타 스캔들을 계기로 1999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출범했다.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올림픽에 참가를 원하는 국제올림픽연맹은 WADA의 규약에 따라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도핑의 유혹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운동선수들의 도핑은 여전히 심심찮게 발각되고 있다. 미국의 한 스포츠 잡지가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이 약을 복용하면 확실히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대신 부작용으로 7년 뒤 사망한다. 당신은 복용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 결과 80%의 선수들이 복용하겠다고 답했다. 혹독한 훈련을 거듭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성적은 목숨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약물의 유혹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약물 복용은 일시적으로 기록 향상을 가져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결국 선수생명의 끝을 가져다 온다. 현재 국제스포츠기구는 200종 이상의 금지약물 목록을 정하고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아무리 교묘하게 조작한 약물이라도 대부분 발각된다. 찰나의 기록으로 자신의 경기가 결정되는 만큼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에 눈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정직하게 이루어낸 결과야 말로 값진 승리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올림픽의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신은동인턴기자 shined0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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