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목욕탕과 술’은 낮에 목욕을 하고 나서 마시는 ‘술의 맛’이 최고라고 단언한다. 한창 일할 시간에 술을 마시는 것이 겸연쩍기도 하지만 그런 느낌이 술을 더욱 맛있게 하며, 마셔도 아직 ‘오늘’이 남아있다는 시간적 여유로움도 술맛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 등의 이유가 그럴 듯하다. 더욱 그럴 듯한 것은 ‘밤술’과 비교한 ‘낮술’의 예찬이다. 밤술은 스트레스받았으니‘까’, 지겨우니‘까’, 기분 좋은 일이 있으니‘까’ 등 이유를 달고 마시는 ‘까술’인 까닭에 몸도 마음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어리광을 부리고 마침내 술은 자신을 집어삼키기 때문에 술 본연의 맛과 기분을 느끼려면 ‘낮술’이 최고라는 것. 여기에 술맛을 배가하는 행위는 바로 목욕인데 뜨끈한 탕에 잠겨 산뜻해진 몸에 들어오는 술은 ‘영혼을 다 바쳐서 맞아들이는 사랑’ 같은 느낌이라고. 책에는 도쿄 시내 목욕탕 술집 열 곳 정도가 등장한다. 1863년에 문을 연 역사적인 목욕탕부터 ‘목욕탕 록 페스티벌’을 하는 곳까지. 저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오직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이 음식 하나하나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떠올린다면 ‘낮의 목욕탕과 술’은 또 얼마나 디테일하게 ‘술의 맛’을 표현했는지 잔뜩 기대할 만하다. 1만3,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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