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여자 플뢰레 국가대표인 남현희(35·성남시청)는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첫 출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매일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달 펜싱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림픽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따봤으니 현재 가장 큰 숙제는 금메달”이라며 “주변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도 하던데, 아직 1위만 못해본 것이 아쉽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이런 남현희의 가장 큰 적수는 아리안나 에리고(28·이탈리아)다. 에리고는 런던 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3,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는 2연패를 달성했다. 에리고는 현재 세계랭킹 1위로 남현희와 격차가 있다. 남현희는 세계랭킹 14위이고, 올림픽 출전선수 중엔 9위다. 조종형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에리고에 대해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라며 “어릴 때부터 국제경험이 워낙 풍부하다.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최명진 대표팀 여자 플뢰레 코치도 “남현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여자 플뢰레 선수의 가장 강력한 적”이라며 “첫 번째 우승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에리고는 키가 180㎝에 달한다. 남현희(157㎝)보다 23㎝나 크다. 힘과 스피드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조 총감독은 “남현희가 그동안 (에리고를 상대로) 고전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남현희와 에리고는 지금까지 7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남현희의 1승 6패 열세다. 남현희는 200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홈 이점을 살려 에리고를 상대로 15-3의 완승을 했다. 가장 최근 대결은 지난 3월 쿠바 그랑프리이다. 당시 남현희는 동메달을 따 4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에리고한테 8-15로 패했다.
에리고의 단점은 다혈질 성격이다. 남현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에리고를 만날 경우 이런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조 총감독은 “성격이 워낙 급해서 멘탈이 무너질 때가 종종 있더라”며 “그 선수를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어서 역습 동작을 많이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코치는 “8강까지는 대진이 괜찮을 것 같은데,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혹은 2위 선수와 만나야 한다”라며 “남현희가 1위인 에리고와 승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8강전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총감독은 에리고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리우올림픽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에리고지만 메달을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 “남현희도 경험이 매우 풍부하니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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