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악재와 마주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서 그리스·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의 은행들은 빠져 있어 실제 금융위기 발생 시 더 심각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금융감독청(EBA)은 유럽 51개 은행을 대상으로 향후 3년간 극심한 경제위기가 닥치는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이들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자본비율(CET1)이 평균 9.2%를 기록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CET1은 은행의 총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 자본비율을 따진 것으로 현재 이들 은행의 평균 CET1은 12.6%이다. 이번 테스트는 유럽 경제가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3년간 7.1% 뒷걸음치고 이자수입이 급감하며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통상 위기 시 글로벌 시스템상 중요 은행은 CET1이 7.5% 이상, 보통 은행의 경우 5.5% 이상을 맞춰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테스트 결과는 비교적 양호한 셈이다.
테스트 결과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였다. BMPS의 CET1은 현재 12.07%에서 위기 시 -2.44%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일랜드의 ‘얼라이드 아이리시 뱅크(4.3%)’ ‘아일랜드은행(6.2%)’, 오스트리아의 ‘라이파이젠(6.1%)’, 스페인의 ‘방코포풀라르(6.6%)’도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발 제2의 유럽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구제금융으로 구사일생한 아일랜드 경제가 다시 휘청거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럽 금융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으로 분류되는 바클레이스나 도이체방크·유니크레디트·소시에테제네랄 등도 위기에 약한 고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 결과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는 7.1%, 영국의 바클레이스는 7.3%,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7.4%,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은 7.5%,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7.8%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스트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계·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마일스 케네디 금융서비스 부문 파트너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채무) 변제 능력을 나타낼 뿐 경제적인 생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당수 은행은 위기 시 자본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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