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감금 그리고 구조. 교수들이 대학 내에서 학생들에 의해 억류되어 있다가 풀려났다는 기사가 지난 30일 쏟아졌다. 해당 학교는 이화여대. 포털사이트에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수 백 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 헤드라인 만으로 충분히 자극적인 사건의 발단은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단과대학 설립이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고졸 직장인이나 30세 이상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다. 학교와 학생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뭘까.
학교 주인은 학생 아니다 vs 학교 주인은 학생이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말하자 “학생이 주인이라고? 4년 있다가 졸업하는데”라고 웃으며 답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그리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교무처장을 찾아갔다는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학교의 역사’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의 단과대 설립 결정이 진통을 겪으면서 ‘과연 누가 학교의 주인인가’ 라는 쟁점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말 그대로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하다면 ‘결정’을 내릴 사람도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학생이 서비스 이용자일뿐이라는 논리다. 교육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가 등록금이고 학교의 운영과정에 대해서는 학생과 상의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학교 측은 해당 사업을 교육부로부터 인가 받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학은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다. 학교가 단과대를 설립하거나 새로운 학과를 만들고 또는 통폐합 하는 데 있어서 사전합의, 협의를 거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큰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학생들은 학교측의 이 같은 답변을 듣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학교가 그 역사를 잇게 만든 것도 학생이고 연구가 지속될 수 있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역시 학생들이라고 항변한다. 대학의 존재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등록금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서비스의 대가로 등록금을 지불하는 것이라면 학교는 마땅히 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의 주장대로 ‘서비스 이용자’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교육의 질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의를 제기할 명분 정도는 충분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일 이대에 1,600여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학생들은 총장과의 대화를 원했으나 약속한 시간에 총장이 등장하기는커녕 경찰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경찰에 공식 출동요청을 한 적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병력을 투입한 서대문경찰서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대 총장을 비롯해 학교 측이 병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반박하자 학교 측은 다시 ‘신고한 것은 맞지만 학생 농성 진압이 아니라 교직원 구출을 위해서 였다’고 말을 바꿨다.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이 학생과 불협화음을 빚는 것도 모자라 공권력까지 투입됐다. 분명한 점은 학생 없는 학교도 학교 없는 학생도 있을 수는 없다는 것. 언제 마무리될지, 어떤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부디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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