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마니아’인 예비역 해군 수병이 잠수함 책자를 펴내고 그 수익금을 순직해군 장병 유자녀를 위한 성금으로 기탁했다.
훈훈한 감동을 준 주인공은 예비역 해군 수병인 현희찬(22·사진)씨. 그는 지난 29일 계룡대 해군본부를 방문해 정진섭 해군참모차장에게 성금 163만원을 전달했다. 31일 해군에 따르면 성금은 순직해군 장병 유자녀를 위한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에 기탁될 예정이다. 현씨의 성금은 그림을 곁들여 잠수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바다의 늑대들’이라는 제목의 책자 300부를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이다. 현씨는 밀리터리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이 책자를 만들었다. 그가 책자 제작과 수익금 사용 계획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자 태국인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한 15명이 선뜻 동참했다.
현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여러 동호회원이 순수한 마음으로 무보수로 참여해 모은 성금”이라며 “순직해군 장병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현씨가 순직해군 장병 유자녀를 위한 성금을 모은 것은 군 복무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현씨는 미국 유타주립대 1학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4년 5월 군에 입대했다. 어린 시절부터 잠수함을 포함한 해군 무기체계 마니아였던 그는 해군에 지원했다.
같은 해 8월 어학병으로 해군 2함대사령부 서해수호관에 배치된 현씨는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안내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해수호관은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전사자들의 유품이 전시된 곳으로 연간 방문객이 12만명을 넘는다. 외국군 고위 인사를 비롯한 외국인 1만여명도 서해수호관을 다녀갔다.
그는 지난해 3월 서해수호관에서 천안함 피격사건 5주기 행사가 열렸을 때 북한의 공격으로 희생된 46용사의 유가족을 안내한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유가족들이 46용사의 유품을 보며 오열하는데 저는 그분들이 눈물을 닦을 휴지를 건네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우리 영해를 수호하다가 산화한 선배 전우와 유가족들을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척추염 악화로 지난해 8월 상병으로 전역한 현씨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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