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의 한여름 폭염은 악명이 높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대프리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대구 인근의 경북 인터불고 경산CC(파73·6,736야드)에서 벌어진 한증막 더위 속 집중력 싸움의 승자는 조정민(22·문영그룹)이었다. 그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조정민은 31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카이도 MBC PLUS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08타(70-66-72)를 기록, 공동 2위 홍란(30·삼천리)과 정슬기(21·PNS창호)를 1타 차로 제쳤다. 지난 3월 달랏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데 이은 두 번째 우승.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려 기쁨이 더 컸다. 우승상금 1억원을 보탠 조정민은 시즌 상금랭킹 7위에서 4위(4억3,287만원)로 올라섰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가 골프를 접한 조정민은 “무더운 공기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첫승을 신고한 곳도 날씨가 더운 베트남이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 경기는 체력과 집중력의 시험장이 됐다. 조정민은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순항하는 듯했지만 중반인 6번과 8번, 11번홀에서 보기만 3개를 적어내며 선두 자리를 내주고 2타 차까지 처졌다. 그 사이 8번부터 13번까지 6개 홀에서 4타를 줄인 신인 정슬기와 11, 13, 14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중견 홍란이 공동 선두에 나서며 우승을 넘봤다. 그러나 조정민에겐 무서운 뒷심이 있었다. 13번(파4)과 15번(파3), 17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벗어나 마지막 고비를 맞았지만 어프로치 샷을 홀 1m 가량에 붙인 뒤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정민은 “중반 보기를 계속 했을 때는 우승을 못해도 톱10에는 들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상금 2위 고진영(21·넵스)은 공동 20위(2언더파), 상금 3위 장수연(22·롯데)은 공동 15위(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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