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패자부활전이 없기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며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병폐가 존재한다.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하는 자조적 푸념이 청년들 사이에서 떠도는 것은 기회의 불평등에서 나오는 좌절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현재 청년실업률은 무려 10.3%로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중기 인력 미스매치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이유에는 사회적 낙인효과도 크게 작용한다. 한마디로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해 중소기업에 간다는 낙오자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깨져야 유능한 인재가 중소기업에 찾아올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정부 인력양성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창원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장을 둘러보고 기술사관학과 출신의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었다.
올해 25세인 한 직원은 제주도에서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졸업했다. 중학교 졸업 당시 100명 중 96등을 하던 이 학생은 학교에서 하도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 진학은커녕 삶에 대한 열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학생이 특성화고에 진학해 밀링기능사를 비롯해서 6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문대를 졸업할 때에는 어렵다고 하는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3개의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직원은 공부와 달리 기술은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다가 용접기능사를 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전문가가 되자’는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 내에서 설계나 기계가공과 관련해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가 돼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정부의 인력양성 사업은 청년들에게 재기 도전의 기회를 주고 중소기업에는 기술인력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등만이 대우받는 학교 공부에 질식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능을 배우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해 중소기업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도록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 기업을 방문해 청년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들이 기피하는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명장으로 성공하겠다는 휴먼스토리가 예전보다 많이 들린다. 더 많은 우리 청년들이 학벌과 대기업에 목을 매지 말고 중소기업에서 자신만의 희망 스토리,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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