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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이동춘 한국성장금융 대표 "기업 살리는 매력에 빠지면 자본시장 떠날 수 없어요"

35년 몸담은 정통 '정책금융맨'

중기·벤처기업 자금 조달 젖줄

'성장사다리펀드' 조성 큰 역할

관리 기관 한국성장금융 법인화

모험자본 조성 역할 제대로 할것

창업에 나서는 청년 기업가

제1 원칙은 '트레이닝'

정제 안된 사업 아이디어로

무조건 나서면 필패 지름길

필승 카드 하나쯤은 갖춰야

/송은석기자




/송은석기자


/송은석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은행은 금융투자회사(증권사·자산운용사 등)와 비교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시중은행보다 더 경직돼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정책금융기관 고위 임원 출신이 거친 벤처 업계에 최고경영자(CEO)로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회자된다.

이동춘(60·사진)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초대 대표 역시 정책금융기관에서만 35년(한국정책금융공사 경력 포함) 몸담은 ‘정통 정책금융맨’이다. 하지만 그는 산업은행 하면 떠오르는 대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아닌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기관 내부에서도 중소·벤처기업에 특화된 이례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국책은행에서 자회사로 이어지는 ‘낙하산’을 타는 대신 성장사다리펀드의 관리기관인 한국성장금융 출범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기업을 되살리는 매력에 빠지면 자본시장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과 동시에 산업은행에 입행한 이 대표는 자금부·종합기획부·파리사무소 등의 부서를 거치며 정통 정책금융맨으로의 이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제조업·수출기업의 자금조달 업무에 주력하며 대기업집단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기업금융2실장까지 지낸 그의 행보를 바꾼 것은 이명박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당시 새로 설립된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기업금융부장을 거쳐 상임이사에 오른 이 대표는 “뒤늦게 기업투자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4년까지 정책금융공사의 부사장, 사장 직무대행 등의 직위를 거치면서 5년 동안 조성한 기업 간접투자펀드는 총 97개로 금액으로 치면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젖줄’로 불리는 성장사다리펀드도 이 대표가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이던 2013년에 처음 조성됐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모은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금을 바탕으로 만든 상위펀드(모펀드)로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자금조달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위펀드(자펀드)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성장사다리펀드 조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이 대표는 이후 투자운영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출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이미 성숙된 대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할 때와는 달리 중소·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직접 보게 되면서 모험자본시장을 제대로 맛봤다”고 말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조성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펀드 관리를 위해 사무국을 만들었지만 전문인력이 없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10여명의 파견직원을 받아 가까스로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했지만 파견직원들이 잠시 거쳐가는 부서라는 인식을 가지며 중장기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 산은 민영화 불발로 정책금융공사가 다시 국책은행에 흡수되며 의사 결정 과정이 더 추가된 것도 이 대표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한국성장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의 독립법인화를 공식 발표하면서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한국성장금융은 6월 임직원 21명이 속한 독립 운용사로 다시 태어났다. 출자금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 관계기관이 댔다. 이 대표는 “독립법인 설립 후에는 자체적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벤처금융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바람직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한국성장금융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가 차기 정부로도 이어져 모험자본 조성 기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금융’ 바람이 불면서 각종 친환경 사업 육성 사업이 정책금융기관 주도로 추진됐으나 정권이 바뀐 뒤 자취를 감춰버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창조경제라는 정책 브랜드가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중소·벤처기업의 육성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시장의 우려와 달리 성장사다리펀드는 영속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사다리펀드가 중소·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이 대표는 직원들에 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대신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프라이빗에퀴티(PE)와 벤처캐피털(VC)은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를 직접 만나도록 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시장의 생태계 조성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며 “임직원들이 중소·벤처기업의 데스밸리(성장 정체기)를 해결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제시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현장을 뛰어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이 대표는 창조경제 바람 속에 창업에 나서는 청년 기업가에게 뼈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창업의 제1원칙은 ‘트레이닝(연습)’이다. 그는 “창업은 도전정신을 가장 큰 무기로 하는 것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사업 아이디어로 무작정 나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열려 있는 만큼 내공을 어느 정도 다진 뒤 뛰어드는 편이 좋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자금력이 부족해도 기존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만 갖추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쉬운 만큼 창업 전에 ‘필승 카드’ 하나쯤은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성장금융의 초대 대표로서 이 대표의 목표는 한국성장금융의 자금지원을 통해 쑥쑥 커나가는 중소·벤처기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He is...

△1956년 경북 경주 △1975년 경북고 졸업 △1979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79년 KDB산업은행 입행 △2007년 KDB산업은행 기업금융2실장 △2009년 한국정책금융공사 기업금융부장 △2010년 한국정책금융공사 상임이상(금융사업본부장) △2013년 한국정책금융공사 부사장 겸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운영자문위원 △2014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직무대행 △2016년 1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초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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