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우려 요인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어떤 예기치 못한 이유로 갑작스러운 침체에 빠졌을 때 위기극복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의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 통화완화 정책의 효과는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고 재정확대는 미국·유럽 등의 보수정당이 반대해 시행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주요 국가들에 또 다른 금융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경기부양 실탄이 거의 바닥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0.2~0.3%포인트 낮아진 1.7%에 그치겠지만 금융위기나 경기침체로까지 발전할 위험은 낮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대해서도 경기둔화에다 은행 부실, 부동산 가격 하락, 자본유출 등의 우려에도 경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회복세가 괜찮은 수준이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그리스 사태 등이 언제든지 다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터뷰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블랙스톤 사무실에서 지난달 13일 이뤄졌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말해달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다수 기관이 3% 이상의 성장률을 전망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 성장률은 각각 2% 미만, 4~5%대이고 일본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예상한다. 많은 신흥국은 경제침체를 겪고 있고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넘기는 어렵다고 본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일부에서는 유럽연합(EU)이 추가 탈퇴하려는 회원국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영국에 벌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그러지 않기를 희망한다. 양측은 무역관계를 지속하거나 영국이 EU 단일시장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점진적 철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브렉시트는 영국은 물론 유럽, 전 세계 경제의 성장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취약해졌더라도 2007~2008년과 같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가.
△올해 초 시장 대다수의 미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가 2.0~2.5%였을 때 나는 2% 미만을 예측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과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장기간 30만명을 밑도는 등 노동시장이 탄탄해지고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미 경제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올 12월 한 차례만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느린 가운데 브렉시트 여파와 미국 대선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는데.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인)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대 교수는 브렉시트와 국수주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적 취약성, 중동의 난민위기와 테러 공포, 러시아 침략이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론과 고립주의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는 포퓰리즘을 반영하며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은 불평등 증가와 기회박탈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반인들은 낮은 임금에 만족하는 이민자 증가로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는 아니지만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는 멕시코, 무슬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 적대적이다.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
-유럽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정도로 예상한다. 회복세가 느리지만 괜찮은 수준이다. 난민위기는 통제하에 있고 일자리도 다소 창출되고 있다. 문제는 많은 회원국을 거느린 EU가 비대해지면서 중앙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다. 관료주의와 각종 규제에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인력감축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그리스가 EU를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국가부채 상환 시기를 연장하겠지만 그리스가 돈을 갚을 가능성은 낮다. 그리스는 부정부패가 심하며 사람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산업기반이 협소하다. 독일 같은 강대국이 언제까지 취약국가들을 지원할지 의문이다.
-브렉시트 여파에 일본·유럽 등에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가 없고 있더라도 일시적이라고 본다. 금리가 낮아졌다고 소비자와 기업들이 소비·투자를 늘릴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난해 시중 유동성 공급액은 중국 13.3%, 미국 5.7%, 유로존 5.4%, 일본에서 3.2%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에 미친 영향은 지극히 작았다. 2010~2015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2%에 불과했다.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상당 부분이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같은 주가 부양, 위험자산 투자 등에 쓰였다. 반면 기업의 자본투자는 늘지 않았고 시간당 노동비용도 제자리걸음이다.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유럽 은행들이 예금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주저하면서 수익성 악화와 대출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스웨덴·덴마크·스위스 등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나라들은 3~12개월 뒤 주가가 하락하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주요국의 정책대응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기준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치이고 추가 양적완화 정책은 이전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중앙은행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다뤘지만 다음 위기 때는 비슷한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경기부양에는 재정확대가 더 효과적이지만 유럽의 보수정권이나 미국 공화당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만난 유럽 투자가들도 미국이나 유럽 가운데 한쪽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성장회복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재정확대·통화정책·구조개혁으로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세 개의 화살’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많은 일본인이 성장과 자산 창출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고 느낀다. 일본은 엔화약세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팽창 정책을 내놓았지만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수출은 타격을 받고 있다. 당국자들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본이 4월 말 (시장 예상과 달리)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리더십 혼란의 신호라고 본다.
-불안감이 많이 진정됐지만 중국 경제 경착륙과 자본유출 우려가 여전하다.
△중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4%대나 5%대로 예상한다. 6%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경제가 확실히 둔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버블, 은행 붕괴에 따른 경착륙 전망은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100여개나 있고 많은 인프라 개발을 필요로 한다. 중국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주요 산업화 국가보다 낮아 증가 여지가 크다. 중국은 아직 연간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일본·유럽으로서는 놀라운 숫자다. 또 앞으로 중국에서도 많은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이고 드론·애니메니션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는 없는가.
△많은 기초산업의 과잉생산과 낙후된 시설, 은행 부실 등이 문제다. 은행 시스템이 중국 인민은행과 통합돼 있다는 이유로 은행 붕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도 틀릴 수 있다. 중국 부채는 2008~2009년 이후 50% 이상 늘고 위안화 가치 방어에 외환보유액은 20%나 급감했다. 중국 금융 안정성의 열쇠는 부동산이지만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자본유출이 문제다. 중국 부자들은 국내에서 투자기회가 줄고 중국 증시 등이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자 지난 몇 년 동안 돈을 해외로 빼내려 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환경을 맞아 조언할 것이 있다면.
△수익률 목표를 낮춰야 한다. 미래의 정상적인 투자 수익률은 10%보다는 5%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은 저금리와 시장변동 때문에 과거 절반의 수익률도 내기 힘들 수 있다. 세계 실질성장률 2%, 인플레이션 2%가 당신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률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경제·사회·정치트렌드 종합분석...탁월한 투자판단 ‘월가의 족집게’
바이런 위언(83) 블랙스톤그룹 부회장은 ‘월가의 족집게’로 불린다.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 트렌트까지 종합 분석한 탁월한 투자 판단으로 지난 50년간 월가의 전설적 이코노미스트로 군림해왔다. 그가 지난 31년 동안 연초마다 발표하는 ‘10대 깜짝 예언’은 투자가들이 자신의 전략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침서로 꼽힌다. 매달 발간하는 ‘투자 에세이’는 전 세계 거물 투자가 1만7,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21년간 수석 미국투자전략가로 일했고 2009년 블랙스톤에 합류했다. 2000년 스마트머니닷컴 선정 ‘넘버원 전략가’, 2004년 스마트머니파워 선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30인’, 2006년 뉴욕매거진 선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6인’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와 공동으로 ‘소로스가 말하는 소로스’를 집필하기도 했다.
◇약력 △1933년 1월 미국 시카고 △1954년 하버드대 △1956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MBA △1959년 아모르리서치재단 컨설턴트 △1965년 브로카워 등 여러 금융기관 △1985년 모건스탠리 수석 투자전략가 △2005년 피퀏캐피털 최고투자전략가 △2009년~ 블랙스톤 부회장 △현재 소로스의 퀀텀펀드 이사, 링컨센터ㆍ프리츠커재단ㆍ존D앤캐서린T맥아더재단 등 투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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