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기·오리기 등 손을 움직이는 게 처음엔 낯설기만 하던 학생들이 점차 의외의 기발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창의력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올해 처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사로 나선 백지희 작가 겸 큐레이터가 지난 6월 신명중학교에서 열린 ‘손으로 생각하기’ 강좌를 마친 소감에 대해 최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강좌는 드로잉, 텍스처 만들기, 언어와 이미지 연결하기 등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창의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학생들에게 현대미술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첫 시간에는 도화지에 목탄을 칠한 후 손으로 지워가면서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보면서 미술사에서 드로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둘째 시간에는 시집을 읽고 머리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도화지에 그려보면서 언어를 이미지화하면서 상상력을 키워갔다. 세번째 마지막 시간에는 ‘공포’라는 단어에 연관된 혹은 떠오르는 이미지를 검은 도화지에 오려서 이미지화 해보는 작업을 통해 학생들은 미술에 한걸음 다가섰다.
백 작가는 “평소 자리에 앉아서 하는 공부 혹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몰입하느라 몸을 쓰지 않던 학생들이 처음에는 목탄을 쥐는 것조차 두려워했지만, 도화지에 검게 칠한 목탄을 손으로 지워가면서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게 여겼다”면서 “이내 적극적으로 미술을 체험하기 시작한 학생들이 언어를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자신이 몰랐던 미술적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며 강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백 작가는 미국으로 건너가 뒤늦게 미술을 전공한 늦깎이 작가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전공바꾸기”라면서 “이렇게 그려야만 한다는 규칙이 없고, 그림 그리기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려도 그림이 되는구나 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기회였다. 실존주의 철학을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 너머에 무엇인가를 탐구하다보니 추상에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헤이리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그룹전 ‘겉장을 넘기다’에 참가하기도 했다. 백 작가는 “청소년기에 예술을 체험하는 경험은 손을 적극적으로 쓰는 행위이고, 손을 적극적으로 쓰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이나 상상력이 발동하게 된다”면서 “고인돌 강좌로 학생들이 예술적인 감각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