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로보캅’은 1980년대 대표적인 사이보그 영화다. 로봇 테크놀로지 기업 옴니코프사가 두뇌와 심장만 살아남은 강력계 형사 ‘머피’에게 기계 몸을 달아 ‘반인간·반로봇’ 경찰 ‘로보캅’으로 재탄생시키고 이 주인공이 들끓는 범죄를 소탕하는 게 주 내용이다. 배경은 디트로이트시다. 이 도시는 재정위기와 경제적 몰락으로 범죄집단이 득실거리고 실업자가 넘쳐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당시 디트로이트시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일본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동차산업의 메카라는 명성을 유지할 때였다.
이 영화의 선견지명인지, ‘미래는 디트로이트시를 뒤처지게 했다’고 쓰인 영화 대본 첫 쪽의 메모처럼 디트로이트시는 이후 급속도로 쪼그라든다. 1950년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지만 2012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비참한 도시로 선정했다. 인구도 1950년대 180만명에서 지금은 68만명 수준의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부채도 180억달러까지 늘어 급기야 2013년 파산까지 했다.
디트로이트시를 포함해 한때 잘나갔지만 높은 인건비와 노조 강세 등으로 침체된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일컬어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쇠락한 공업지대라는 뜻이다. 철강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볼티모어·멤피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러스트 벨트 표심잡기’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클린턴은 이들 지역 버스 투어 유세에 나섰고, 트럼프는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며 주요 거점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과 보호무역주의를 약속하며 백인 노동자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여파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반발이 강한 탓이다. 이들의 선거전이 한미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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