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은 이런 보험사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숨을 쉰다. 보험금 누수도 문제지만 사기범들 탓에 보험의 품위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이다. 사실 보험사들의 걱정은 일면 타당하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 6,549억원에 달하고 보험사기범은 8만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신뢰’ 훼손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과연 보험사기 탓만 할 수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보험사기는 주요 이슈다. 하지만 보험사기만큼이나 주목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자살보험금으로 이는 보험사기와 달리 보험을 소비하는 쪽이 아닌 보험을 판매하는 쪽에서 터진 문제다. 약관상의 실수였다고는 하나 생명보험사들이 응당 지급해야 했을 보험금을 제대로 제때 주지 않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급 압박에도 일부 생보사들이 버티면서 금융감독원이 결국 해당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까지 들어갔고 조사기간이 길어지자 보험사들이 숨기고 있는 더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의 부호들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그 와중에 최근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손보사들이 보험금을 덜 지급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 커진 상황이다.
솔직히 보험사들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급’이라는 보험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뿐 아니라 그간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불신을 자초해왔던 게 사실이다. 보험사기마저도 따지고 보면 원죄는 보험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험상품 판매자에 대한 교육, 완전판매·계약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고 보험사기가 지금만큼 쉽게 파고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늘 강조하는 ‘선량한 가입자’들만 이래저래 피해를 입을 뿐이다.
가뜩이나 보험에 우호적인 환경적 요소라고는 찾기가 힘든 요즘이다. 그래서 보험산업의 근간인 신뢰가 더 간절한 시점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가 말했듯이 ‘단순히 줄 건 주고 주지 말아야 할 건 안주면’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회복은 될 일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주지 말아야 할 보험금에 대한 법적 지원 장치는 이제 마련됐으니 나머지 신뢰회복은 보험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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