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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모두가 도로 위 폭탄 아닙니다"

부산 사고에 부정적 인식 고개

"대부분 치료 노력…편견 안돼"

17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 가해자가 ‘뇌전증(간질)’ 환자로 밝혀지면서 관련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꾸준한 약 복용 없이 자신의 질환을 숨긴 채 운전대를 잡은 가해자의 그릇된 행동으로 빚어진 참극 때문에 뇌전증 전반에 대한 편견이 심화할까 봐 환자와 관련 단체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약물치료 등 철저한 사후관리로 질환 극복에 힘쓰며 정상인과 마찬가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뇌전증 환자도 있는 만큼 이들 전체를 ‘잠재적 살인자’로 몰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뇌전증이란 이름 그대로 ‘뇌에 전류가 흐르는 병’이라는 뜻이다. 평소에는 정상적이다가 뇌전류가 형성되는 20초∼2분 정도만 뇌 기능에 이상증세가 나타나 손발 떨림, 언어장애 등을 겪다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된다. 문제는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다. 이들은 적극적인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고 현재 마땅한 치료 방법도 개발되지 않아 완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의 50∼60%는 약물치료로 정상인과 마찬가지 삶을 살 수 있다. 정상적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뇌전증 환자 상당수를 ‘잠재적 살인자’로 몰고 가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기영 서울대 신경과 교수는 “1,000명당 4명이 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 손상 혹은 특이증상 없이 갑자기 생기는 특발성 등으로 뇌전증을 앓고 있다”며 “유전적·선천적 요인이 아닌 누구나 앓게 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견해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뇌전증 유무가 아닌 이것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환자는 스스로 본인 질환에 대한 철저한 고지 의무를 가져야 한다”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다수의 뇌전증 환자의 삶에 피해가 없도록 약물로 잘 관리하고 발작만 없으면 정상인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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