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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2003년·2016년, 두 젊은 공직자의 죽음

30대 사무관·검사 안타까운 희생

상명하복·비인격적 공직문화 탓

사람중시 문화 정립, 재발 막아야

목요일아침에 칼럼 사진




기자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던 2003년 4월4일. 이날 아침 경기도 과천의 재경부 청사 앞에서는 한 사무관의 넋을 달래는 노제가 열렸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산실’임을 자부하던 재경부가 온통 ‘상가(喪家)’ 분위기였다. 노제를 지켜보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안타까움·회의감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당시 재경부 세제실에 근무하던 이모 사무관은 보름 남짓 전인 3월17일 업무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수차례 대수술에도 불구하고 그는 병원에 실려간 지 3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행정고시 41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한 지 불과 5년 만이다. 이 사무관은 돌과 생후 1개월 된 두 딸, 아내를 남기고 35세의 꽃다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세제실 소속인 그가 주로 담당한 업무는 일이 많기로 소문난 세제실에서도 가장 힘든 보직 가운데 하나인 세입·세출 분야였다. 상대적으로 일이 적다던 특소세 분야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새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세제개혁 업무 탓에 휴일도 없는 강행군을 계속하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원인은 과로사. 하지만 그가 죽음으로 내몰린 이면에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있었다. 이 사무관 사망 후 재경부 내에서는 결재 때마다 그가 상관의 모욕적인 말에 많이 괴로워했다는 말이 돌았다. 묻는 말에 즉답을 못하면 폭언과 함께 무능한 직원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완해도 될 대수롭지 않은 미비점까지 지적하면서 굴욕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이런 폭압적인 문화가 뿌리 깊었으면 당시 김진표 재경부 장관이 애도사에서 ‘재경부의 근무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까지 했을까.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올 5월19일. 33세의 젊은 검사가 직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사건 발생 초기만 해도 업무 부적응자의 죽음으로 치부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자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김홍영 검사는 평소 친구들에게 상사인 김모 부장검사의 잦은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가 보낸 카톡에는 ‘부장이 술에 취해 때린다’, 심지어 ‘죽고 싶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대검찰청이 나섰다. 대검 감찰본부 조사결과 김 검사의 고통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상관은 김 검사에게 반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등 인격 모독적 언행을 반복했다. 부하검사도 모자라 공익법무관이나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니 상습범이라 할 만하다.

결국 대검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의 해임 청구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품성이나 그동안의 행태로 봐서 더 이상 검사직을 수행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죽음 같은 안타까운 일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두 사건은 2003년과 2016년이라는 시차에다 과로사와 자살, 재경부와 검찰 등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로 관통하는 사실이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 엘리트가 사람보다는 일 중심의 조직문화에 희생됐다는 점이다. 만약 재경부 사무관의 죽음이 최근의 일이라면 과로사의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김홍영 검사의 자살에 버금가는 후폭풍이 불었을 것이다.

검찰의 다짐이 10여년 전 재경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을 보면 우리 공직 문화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재경부 이 사무관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형은 이렇게 절규했다. “일 못지않게 사람을 중시하는 인간미 넘치는 조직을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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