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아A 리그 소속 피오렌티나 구단은 지난달 공식 웹사이트의 공지문을 통해 미드필더 최성혁의 방출 사실을 공개했다. 구단의 이러한 결정에는 지난 5월 이탈리아 의회가 피오렌티나와 최성혁의 입단 계약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해달라며 이탈리아 외교부와 노동부에 대정부 질의서를 발송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하원은 질의서에서 당시 최성혁을 비롯한 북한 축구 선수들의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입단과 관련해 “북한이 중국이나 홍콩 등 제3국을 거친 우회 송금 등의 방식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피해 선수들의 월급을 갈취하고 있지 않나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체류 북한 노동자들이 버는 봉급의 70%는 당국에 상납돼 정권 유지에 활용되고 나머지 30%만 당사자 손에 쥐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탈리아에서 체류하는 북한 청소년 축구선수들이 어떤 실태에 놓여 있는지 정부가 나서서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성혁은 지난해 칠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 3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피오렌티나 산하 프리마베라(청소년팀)와 계약해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첫 북한 축구선수가 됐다. 당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유엔 주도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최성혁의 방출은 해외에서 활동 중이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다른 북한 스포츠 선수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최성혁에 이어 U-17 월드컵 주역인 정창범(17·공격수), 이철성(18·골키퍼) 등 3~4명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진출을 타진하고 있었다. 북한 스포츠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차단되면 이들을 활용한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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