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바그다드~쿠르 고속도로로 20~30여분 거리에 위치한 비스마야 지역에는 신도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의 6배, 경기 분당과 비슷한 규모인 이 도시에는 광교신도시의 3배에 달하는 10만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제주도 인구와 비슷한 6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과 달리 계획 신도시가 처음인 이라크에서 이 모든 공사가 단 한 곳의 건설사 주도로 기획부터 설계·조달·시공까지 일괄 수행되고 있다. 도로·상하수도·정수 및 하수처리장·학교·공공기관 등 사회기반시설을 포함하는 소위 ‘디자인 빌드’ 방식으로 총괄 개발하고 있다. 바로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다.
◇현지 자재공장 건설·PC 공법 채택으로 빠른 공사 진행=지난 2012년 착공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치안이 불안한 이라크에서 자재 수급의 불안을 덜기 위해 건설자재 공장을 세우고 단기간에 많은 건물을 완공할 수 있는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공법으로 주택과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다.
PC 공법은 건축물을 구성하는 벽체·바닥·벽돌 등을 플랜트에서 미리 생산한 후 현장으로 옮겨가 빠르게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미 한화건설은 PC 플랜트를 비롯한 17개 건축 자재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향후 이 공장들은 이라크 ‘국민주택 100만호 건설 프로그램’에 맞춰 제2, 제3의 신도시를 위한 전진기지로 쓰일 예정이다.
이미 3개 블록 5,000여가구는 입주를 시작했고 다른 블록에서도 부지 조성과 기초·골조·마감공사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맞춰 정·하수장을 비롯해 상하수도·도로·전기·조경 등 사회기반시설도 함께 건설되는 중이다.
현장에는 한화건설 직원 300여명을 비롯해 40여곳 협력사의 200여명,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7,5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또 중장비 800여대를 비롯해 총 1,600여대의 한국산 건설장비가 투입되는 등 건설장비, 정보기술(IT)·통신, 항만, 물류 산업의 동반 진출은 물론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IS 위협에도 공사 진행…“신뢰 쌓여 향후 재건사업 수주 유리”=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계약금액이 무려 101억달러, 약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엄청난 공사를 한국의 건설사가 단일수주해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신뢰’다.
2014년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북부를 점령했을 때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이라크를 떠났다. 내전에 따른 치안 부재로 많은 개발계획이 취소됐고 이라크 정치인·공무원의 부정부패로 개발자금이 새나가며 주택분양 사기까지 횡행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바그다드 곳곳에서 공사 펜스만 남아 있거나 뼈대만 올라간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현지 정보망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 속에 공사를 지속했다. 예정된 스케줄에 맞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파트들의 높이와 수는 이라크인들에게 신뢰를 안겨줬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한국처럼 도시계획 단계부터 철저히 계획된 신도시로는 이라크의 첫 사례”라며 “많은 개발계획이 무산되는 가운데 하루가 다르게 도시의 형태를 갖춰가는 비스야마 신도시는 이라크에서 국가 재건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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