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한중 관계 갈등 해법에 대해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서로의 우려를 배려한 접점은 ‘사드의 한반도화’를 제도화시키는 조치”라고 제안했다. 사드가 대북용을 넘어서 중국·러시아 견제용이라는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 ‘대(對) 북한 용’으로 합의했다”며 “현 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드 기능·용도의 업그레이드(확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사드의 추가 도입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을 받도록 제도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우려하는 것이 이번에 한미가 합의한 현재의 사드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진화된 사드 체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한반도 사드가 편입되는 점,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등이 진정한 우려 사항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한미가 합의한 사드 체계가 앞으로 이렇게 발전하고 진화해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추후 이 같은 제동장치 중 하나로 사드 체제의 진화, 발전, 추가 배치의 경우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국제정치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사드 갈등을 분석했다.
1.사드 배치는 기본 전제=일부 정치권, 시민단체에서는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감안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중국의 눈치를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적·자위적 조치임을 받아들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도록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2.그러나 中 지도부 체면 상해, 관련 조치 필요=중국 지도부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전 설명, 사후 양해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지난 6월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황교안 총리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면담에서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우리 정부는 불과 9일 후인 7월8일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 부원장은 “시 주석으로서는 (우리 정부에) 뺨을 맞은 듯한 느낌일 것”이라며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민간 차원의 대화, 정부 차원의 협의와 함께 중국에 대한 공공외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한중 사드 갈등 악화된다면=김흥규 교수는 “중국이 단계별 제재 시나리오를 다 만들어놓았을 것”이라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주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한중 간 영공·영해 경계 침범 등을 꼽았다. 그는 “만일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주요 기업들, 취약한 기업들에 대해 손볼 가능성이 있다”며 “영공과 영해 부분에서도 그동안 묵시적으로 인정하면서 충돌을 삼가왔던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다 무시하고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그러나 중국도 한중 관계 파탄 원치 않아=하지만 국제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한중 관계를 완전히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과거 마늘 파동과 같은 대대적인 경제 보복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미국 쪽으로 밀어붙여 한미일 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극단적으로 한국에 대해 보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최근 조치를 ‘단기적인 강한 불만과 비판’으로 평가하면서 “우리가 큰 틀에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중국이 한 가지 조치를 취할 때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희영·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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