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라 중국에서는 ‘혐한류’ 조짐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류 스타 및 한국 콘텐츠 규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제품 불매운동까지 나서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
7일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서 해시태그(#)를 붙여 ‘한류’ ‘한류 제재’ ‘사드’ 등 연관어를 검색해보니 ‘한류 제재’에 찬성한다는 누리꾼들의 입장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류 제재를 지지한다. 국가가 있어야 가정이 있는 것이다. 이 문제 있어서 나는 가정(중국)을 선택하겠다” “(박보검의 만리장성 광고) 최근 많은 한국 연예인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가면서 중국을 욕한다. 한류 제재는 맞는 말이며 네가 13억 중국인들을 건드렸다” “많은 한국 드라마에서 개념 없는 고객이나 협력업체로 나오는 건 다 중국 사람이다. 이러한 드라마의 상황들이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등등 ‘혐한류’ 관련 글이 상당수를 차지한 반면 한류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은 찾기 힘들었다.
또 중국의 포털 소후에도 한류와 한국에 대한 혐오의 글이 넘쳤다. “전지현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래도 국가적인 중요한 문제 앞에서 한국 금지령에 지지한다” “한국 차를 보면 태워버리고 삼성 등 한국 물품이 보이면 부숴버립시다. 내가 먼저 내가 가진 걸 부술게요” 등 표현도 가지가지다. 어쩌다 눈에 띈 “중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솔직히 볼 게 없는데 한국 금지령 하면 텔레비전을 볼 의미도 없다”는 한류 제재 조치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글에는 “한국 지지하는 넌 살 의미도 없다.” “한국 방송 안 봐도 안 죽는다. 한국의 사드는 우릴 죽일 수 있다” “국가 정체성도 없이 한류 스타만 좇는 너는 매국노다” 등등의 ‘악플’이 달렸다.
중국 매체들의 한국 때리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6일자 1면에서 ‘한국 연예기획사 SM과 JYP 등의 주가가 사드의 우려 때문에 폭락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가 한국 연예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여행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중국청년보는 “사드를 포기시키기 위해 한국에 포괄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한국은 무역에서뿐 아니라 여행 산업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광을 줄여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사드 여론몰이가 이번주부터는 한풀 꺾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9월4~5일)를 한 달 정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사드 이슈를 놓고 한국과 미국을 계속 압박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도 한중 경제관계를 고려했을 때 자칫 중국 경제에 역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지나친 사드 때리기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시나닷컴 뉴스 댓글에 “자국의 안보와 관련해 각각의 국가가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주권에 관한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한국 경제제재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중국 네티즌들의 험악한 악플로 재도배되는 상황이다.
일부 경제매체의 경우 혐한류 정서가 오히려 중국 문화 산업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중국경영망은 3일자 문화평론가 왕야황의 칼럼을 통해 “과거 중국 애니메이션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당국이 해외 애니메이션을 금지하는 규제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퇴보했다”면서 중국 당국의 한국 콘텐츠 규제 움직임이 중국 산업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왕야황은 “다양한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방송 등에서 해외의 뛰어난 문화들을 소개해 중국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아직은 중국의 한국 때리기가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방침 선언 이후 벌어졌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 같은 양상으로 확산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사드에 대한 중국 전반의 부정적인 기류가 워낙 강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의연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연승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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