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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에어컨 틀 권리

0915A34 만파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 초강력 열파가 몰아쳤다. 평균 24도에 불과했던 도시의 기온은 무려 41도까지 치솟았고 저녁에도 26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폭염의 기세도 놀랍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 피해규모. 무려 739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거동하기 힘든 환자와 노인들. 혼자 살거나 노후한 아파트에 에어컨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다. 사회공동체의 붕괴와 치안 불안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었던 것이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시원하게 살 수 없는 사회적 조건들이 결국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폭염은 인간에게 혹한과 더불어 자연이 인간에게 준 가장 강력한 재앙이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정복에 나섰을 때도 최대의 적은 상대편 군대가 아니라 40도를 넘는 폭염과 열풍이었다. 더위에 지친 나머지 자살을 하거나 미쳐버린 병사들이 속출했고 결국 카이로 입성이 계획보다 보름이나 지연됐다. 지구 온난화로 위력이 더 세진 지금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 없이 여름을 나기란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오죽했으면 2000~2001년 캘리포니아에서 정전이 일어났을 때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된 데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을까.



최근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소송에 나섰다고 한다. 산업용은 빼고 일반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소송에 동참한 누적 인원만 벌써 2,400명이 넘었다. 시민에게도 최소한 더위를 피하고 제대로 잠잘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항변인 셈이다. 하루에 불과 3~4시간 틀었다간 전기료가 두 배 이상 뛰는 등 요금 폭탄을 맞게 생겼으니 당연한 일 아닐까. 에어컨을 찾아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몰리면서 경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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