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이 화두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수시입학전형에서는 융합인재 전형이 신설되었고, 2018년부터는 통합형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반면 단편적인 지식의 쓰임새는 갈수록 좁아진다.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을 섞어야 커진다. 새로운 것, 가치 있는 것, 멋진 아이디어는 ‘섞여서 커진 생각’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창의와 융합은 ‘창조의 지혜’다. 교육현장에서의 창의·융합도 다르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모으고, 가르침의 새로운 지혜를 얻고, 복합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게 바로 ‘창의·융합’이다. 창의·융합은 늘 틀 너머에 있다.
자신의 협소한 틀에만 갇히면 창의가 싹을 틔우지 못한다. ‘다름’을 오롯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협업을 통한 진정한 융합이 가능하다.
교육계는 ‘창의·융합’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4C(소통, 창의성, 협업, 비판적 사고능력)를 꼽는다.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평가방식이 ‘창의·융합’ 교육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 봄,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시 중·고교에 지필평가 횟수를 학기당 1회로 줄이고, 수행평가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필요할 경우 교과에 따라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수행평가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인다는 게 취지다.
교육청의 취지에 지지한다. 지향점도 옳다. 그러나 그것이 의도대로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려면 토대부터 다져야 한다. 현재는 수행평가가 평가 항목 및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창의적인 발상이 수행평가 내에서 제대로 평가되기가 힘들다. 수행평가는 그나마 판별하기 쉬운 성실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이 생명인 예술영역도 실태는 비슷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보아 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자를 닮은 그림과 ‘상자 속의 양(sheep)’ 그림은 창의와 고정관념 설명에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만일, 우리나라 미술시간이라면 어떨까. “양을 그려보라”고 할 때 상자를 그리고 “이 안에 양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학생의 창의성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을까. 창의는 틀에 박힌 잣대로, 눈금에 매겨진 수치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 교사는 창의성과 사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과 기준을 마련하고, 학생·학부모는 교사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창의는 ‘다름의 포용’이라는 토양에서 자란다. 창의·융합의 길은 다름의 인정과 상호 신뢰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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