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이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게 고른 상태를 말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균형 식단이 필요하고 나라 살림에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 예산이 중요하다. 균형 식단이 인체의 리듬과 면역성을 강화하고 균형 예산이 질서 있는 경제운영 계획을 가능하게 하듯이 주택시장도 균형감이 중요하다.
균형감 있는 주택시장은 자가·민간임대·공공임대 같은 세 가지 점유형태가 고르게 분포된 상태를 말한다. 균형주택시장론이 부각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10여년간 주택 가격 부침 속에서 많은 선진국은 자가소유에 치우친 주택정책을 펼쳐왔다. 금융위기 직전 유로존의 자가율은 7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65~68% 선에 도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자가소유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금융부실로 이어지면서 잘 형성된 임대주택 부문이 주택시장 안전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주목하게 됐다.
우리의 주택시장 균형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2014년 주거실태 조사 결과 자가 거주율은 54%이며 임차 거주율은 46%이다. 자가에만 쏠리지 않은 구도처럼 보이지만 임차거주 구조가 매우 불균형적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주택 부문을 100%로 할 때 민간임대주택은 87%이고 공공임대주택은 13%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 중 제도권 등록 임대주택을 합쳐도 20%에 불과하다. 즉 임대주택의 80%가 개인 임대사업자가 주도하는 비제도권 임대주택인 것이다. 제도권 임대주택이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비제도권 임대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품질과 장기 거주성으로 전체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20%에 불과한 제도권 임대주택을 적어도 30~4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제도권 임대주택의 필요성은 거듭되는 전세난 속에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는 중산층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2015년까지 116만3,000가구 공급된 데 비해 제도권 민간임대주택 공급은 주로 5년 단기임대주택으로 77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자가를 구입할 여건은 못 되고 그렇다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에는 소득이 다소 높아 자격이 안 되는 중산층이 주택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해 도입된 ‘뉴스테이’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뉴스테이 15만가구 공급 목표를 제시하며 제도권 임대주택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뉴스테이의 원활한 안착은 중산층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며 그동안 전월세시장에 만연한 부정적 정서를 반전시키고 규모의 경제성과 전문성 강화로 제도권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개척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적정 물량이 확보되면 운영경비를 낮출 수 있고 주거 서비스의 경제성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 초기 공급확대에만 무게중심을 둘 경우 장기 운영관리라는 지속성을 놓칠 수 있다. 제도권 임대주택을 늘리고 그 누적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장기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토양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또 뉴스테이만으로는 현저히 부족한 제도권 임대주택을 늘리기 힘들다.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 없이는 균형 잡힌 임대주택 시장을 만들기도 어렵다. 민간 부문의 자본과 창의성이 그동안 임대운영에서의 노하우를 축적해온 공공 부문의 경륜과 만난다면 제도권 임대주택의 성장 발판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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