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일으켰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3·사법연수원 19기)이 오늘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직접 변호에 나섰다.
김 전 지검장은 제주에서 중국인 카지노 고객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서울 모 여행사 대표 송모(38)씨를 변호하기 위해 11일 제주지방법원을 찾았다. 재판 전 김 전 지검장은 취재진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수차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40분쯤 형사4단독 성언주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는 김 전 지검장을 비롯해 공동변론을 맡은 강문원 변호사가 함께 자리했다. 김 전 지검장은 공동변호인의 변론에 이어 “사람은 아무리 성인이라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아일랜드의 문인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인용하며 변론을 시작했다.
이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2년 전 이맘때 본인도 현재 피고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잘못을 제대로 깨닫고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새롭게 태어나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외면하지 말아달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 전 지검장이 변호를 맡은 송씨는 2013년 5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2년여간 여행사 직원들을 시켜 중국 대형 웹사이트, 메신저 QQ 등에 성매매 유인 광고를 낸 뒤 230여 차례에 걸쳐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됐다.
김 전 지검장은 2년 전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현장을 지나던 여고생에게 목격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제주지검은 전 지검장을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은 김 전 지검장은 이듬해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 2015년 9월 변협에게 입회를 허가받아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논란이 일었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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