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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난 할 수 있다"





스포츠는 국민을 울린다. 1998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한국 골프의 전성기를 연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대표적이다. 박세리는 1998년 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공이 물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공을 쳐올렸다. 당시 나이 21세. 이 맨발 투혼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던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용기를 안겨줬다. 구릿빛으로 물든 다리와 경계를 이룬 하얀 발은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1977년 지구 반대편 파나마에서 들려온 권투선수 홍수환의 ‘4전5기 신화’도 마찬가지다.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파나마 복서 헥토르 카라스키야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홍수환은 연거푸 네 번이나 쓰러졌다. 그러나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프로복싱 사상 전무후무한 4전5기 신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배고팠던 시절,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던 그의 말이 국민들을 울렸다.

2004아테네올림픽 때 여자핸드볼팀의 투혼은 눈물겹다. 30대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던 핸드볼팀은 최강 덴마크 팀과 19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2차 연장까지 갔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승부던지기에 들어가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그들의 투혼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까지 재현됐다.



21세의 젊은 펜싱선수가 또 국민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펜싱팀 막내인 박상영은 13대9로 밀리는 절박한 상황에도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를 되뇌며 기적을 만들어냈다. 국제펜싱연맹은 “이토록 환상적인 결승전을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고 막판 역전당한 임레 게저(헝가리)는 “마지막 20초,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주며 사라져가는 ‘캔두이즘(candoism·할 수 있다)’을 되살려냈다. 그의 페이스북과 인터넷 등에 “자랑스럽다”“인생을 배웠다”는 말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나라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기에 한 젊은이가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 같아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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