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11시 50분 서울 남부교도소 정문 앞 2차선 도로 위에는 차량 20여 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광복절을 맞아 단행한 특별사면으로 새 삶을 찾은 재소자들을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한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한창이었으나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윽고 교도소 문이 열리고 호송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미소는 반가운 흥분으로 바뀌었다. 새 출발하는 재소자들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자 곳곳에서는 탄성과 함께 “여기야, 여기”, “○○아 집에 가자” 등 들뜬 외침이 줄을 이었다. 한쪽에서는 “다시는 그러지 말자”며 아들에게 두부를 먹이는 노모의 모습도 보였다. 수감생활 탓에 어린 아들을 처음 만난 한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이슬이 맺혔다. 이들의 출신 지역이나 나이 등은 서로 달랐으나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기쁨과 새 출발을 다짐하는 각오는 모두 같았다.
같은 시각 춘천시 동내면에 자리한 춘천소년원. 13개월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소년원을 나서는 김정훈(가명·17)군의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흘렀다. 소년원 울타리 밖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얼굴에 가득했다. 특히 사회 적응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김 군이기에 앞으로 걸어가야 할 미래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소년원 생활을 하면서 미용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김 군은 올 6월 ‘제11회 베타컵 국제미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헤어디자인 부문에서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발관리미용지도사 등 각종 자격증도 땄다. 수감생활로 생긴 학업생활 공백도 고졸 검정고시 합격으로 메웠다.
김 군은 “소년원 입소 당시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싶었으나 미용 분야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며 “외부 미용교사 등이 참여하는 미용 수업을 하루 두 차례 듣고 발관리지도사 수업도 월 2회 꼬박꼬박 참여하면서 미용사라는 새 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새 출발을 갈망하는 그의 의지와 ‘자활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법무부 교정본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이 김 군을 바른길로 이끈 셈이었다.
법무부가 공공직업훈련을 교정시설에 접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69년으로 현재 17개 교정시설에서 건축·전기분야·건축·미용 등 14개 직종에 6개월~2년 과정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1995년 기능장·산업기사 전문과정을 새로 만든 데 이어 2013년부터는 출소 후 취업이 비교적 쉬운 용접, 봉제 등 단기 실무 훈련과정도 개설했다.
아울러 산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어 직업훈련 수료자에 새 삶을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5년 53.2%에 이었던 재범자의 비율은 2014년 46.5%로 낮아졌다.
김 군은 “춘천소년원의 도움으로 여러 곳에 이력서를 제출한 결과 이달 중 경기도 화성의 한 미용실에서 면접을 보게 됐다”며 “일과 학업을 병행해 앞으로 대학교 미용 관련학과에서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춘천=안현덕·박우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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