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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K매니지먼트 2.0으로 재설계하라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효율적 모방 꾀한 K매니지먼트

혁신 발목잡는 걸림돌로 전락

조직 내 다양한 목소리 받아들여

창조경제 걸맞은 모델로 전환을





우리 기업들과 경제의 위기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조선·철강·건설 분야의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줄줄이 생존 위기에 빠졌고 자동차와 반도체·전자도 아직은 괜찮지만 5년 후는 결코 자신할 수 없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경쟁이 심화돼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 위기는 필자와 동료 학자들이 ‘K매니지먼트’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업 경영모델이 그동안 기적적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오다 최근 환경변화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면서 발생했으므로 경영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1960년대 우리가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 형성된 K매니지먼트는 당시 시대 환경의 요구에 완벽하게 적응하면서 고도성장의 과정을 훌륭히 견인해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환경이 급진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경제성장의 핵심역량이었던 K매니지먼트가 새로운 환경에서는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핵심경직성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현대적 기업경영을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우리보다 거의 한 세기 앞서 각기 길을 찾아 산업사회를 발전시켰다. 우리가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 이들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다양한 정답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새로운 길을 찾을 필요가 없이 이들을 모방하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때 관건은 전체 조직이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선진국들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즉 ‘패스트팔로어’ 전략의 효율적 실행 여부였다. 그 결과 빠른 추격자 전략의 실행기반이 될 한국형 경영모델로 강력한 리더십과 동질적 구성원들, 그리고 내부 응집력을 중심으로 양적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K매니지먼트가 탄생한 것이다. 이병철과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과감하고 강력한 리더십과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리더의 의사결정을 철저하게 실행해낸 구성원들의 팔로어십이 결합된 K매니지먼트가 없었더라면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로 접어들며 글로벌 경제의 규칙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중심의 산업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야 하는 창조사회로 바뀌고, 또한 우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따라잡을 모방대상이 없어지고 우리가 직접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면서 위기가 발생했다. 즉 상시 창조적 혁신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규칙으로 등장했는데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했던 K매니지먼트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조적 혁신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동질적 구성원들, 내부 응집력은 이제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와 폐쇄성으로 작용하면서 창조적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는 갈 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했다가는 속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 권위주의적 경영모델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새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혁신은 권위주의·획일성·폐쇄성으로는 불가능하며 다양한 구성원들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며 개방적이고 과감한 실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기존의 K매니지먼트 버전 1.0에 집착하면 21세기형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과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21세기 창조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영모델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현 위기는 K매니지먼트 버전 1.0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나 오류가 원인이 아니며 모델 자체가 새로운 시대 환경에 부적합하게 된 것이 원인이므로 자율성·수평성·개방성·다양성 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창조적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모델인 K매니지먼트 2.0으로 근본적 재설계를 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성서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했듯이 21세기 창조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경영모델을 요구한다. 우리 기업들과 경제의 미래는 K매니지먼트 2.0으로의 성공적 전환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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