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판정 논란’ 속에 무엇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낸 김현우(28·삼성생명)는 눈물을 흘리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판정 논란’이 벌어진 것은 김현우의 ‘맞수’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의 16강전이었다. 2회전 막판까지 3대6으로 뒤지고 있던 김현우는 경기 종료 3초를 남기고 가로들기에 성공했다. 가로들기는 공격 선수가 수비 선수의 허리를 가로로 잡고 들어 올리는 동작인데 보통 4점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점수가 2점으로 인정되면서 한동안 경기장이 술렁거렸다. 한국 코치진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 결과 점수는 변동되지 않았고 결국 5대7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대표팀의 안한봉 감독은 매트에 올라와 눈물까지 흘리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경기 후 한국 대표팀은 세계레슬링연맹(UWW)에 정식으로 제소할 예정이었지만 오심으로 인정되더라도 경기 결과는 바뀔 수 없고 해당 경기 심판의 징계만 뒤따를 수 있다는 한국선수단 법률 담당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의 설명에 따라 심판위원장을 찾아 제소 의사를 번복했다. 박치호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코치는 “오히려 남은 선수들의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제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제소 번복의 경위를 설명했다.
이렇듯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현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현우는 ‘판정 논란’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패자부활전에서 만난 중국의 빈양을 3대1로 꺾고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김현우의 침착함은 빛났다. 크로아티아의 보조 스타르체비치를 만나 초반 2대0으로 앞서다 파테르 자세에서 상대에게 옆굴리기를 두 번 허용해 2대4로 끌려가게 됐다. 김현우는 끝까지 기회를 노리다 허리 태클로 동점을 만들었고 16강전에서 다친 팔로 상대를 들어 다시 2점을 땄다. 그리고 2분20초 남은 시간 동안 상대의 공격을 팔을 움츠리면서 끝까지 막아냈다. 4년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김현우는 동메달을 딴 순간 태극기를 매트에 펼쳐놓고 울먹거리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 후 아픈 팔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 하던 김현우는 “올림픽을 후회 없이 마치려고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담담하게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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