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6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수출 전선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전년 대비 수출액이 수 개월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브렉시트 이후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며, 주력 수출상품의 경쟁력에도 위기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 전반에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특히 수출 경쟁력 차원에서 물류경쟁력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물류비가 증가하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적시에 상품을 인도하지 못하면 고객서비스가 저하된다. 물류가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물류기업의 위상은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DHL의 한 해 매출액은 32조5,000억 원으로 물류만으로 현대자동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린다. 세계 전문 물류기업의 순위를 보면 상위 3위를 모두 독일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물류기업은 물류자회사를 제외하고 CJ대한통운이 20위권이고 다른 기업은 50위권 밖이다.
1970~80년대 종합상사와 오퍼상들이 세계 시장에서 상품 교역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것처럼, 우리 물류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물류서비스를 수출해서 장래 서비스 교역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경제 확산이라는 시장 환경 변화의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모바일 확산으로 B2C(Business to Consumer)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 27%나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그 규모가 3,800조 원에 달하고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3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물류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 291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물류부문에서 연 7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여 이미 세계 10위권의 물류기업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3,000개 이상의 물류기업이 참여하는 온라인 물류 플랫폼을 만들어 중국 전역에 당일 배송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 작년 광군제(알리바바의 연례 할인 행사) 당일 소포 처리량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4억 7,000만 개를 기록하였다.
이들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물류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라는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경쟁자로 부상하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물류를 접목시켜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이제는 물리적인 운송능력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거미줄처럼 연결된 글로벌 물류망에서 최적의 운송경로와 요율을 찾아주고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완전한 복합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물류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프론티어형 물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ICT(정보통신기술)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존 물류기업의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조합한 최적의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는 혁신적 물류기업 말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기존의 환적과 부가가치 물류에 초점을 둔 동북아 물류허브가 아니라 물류역량과 ICT 경쟁력을 결합한 ‘동북아 스마트 물류허브’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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