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중소기업 회장이 대주주로 참여한 J자산운용이 금융위원회에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을 했다. J사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과 손잡고 약 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50억원 내외의 중소형 빌딩 5~6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소형 빌딩 매물 발굴과 운용을 위해 중소형 빌딩 전문 관리업체와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17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500억원 이하의 중소형 빌딩을 비롯해 중소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운용사들이 중소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관투자가 일색이던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투자자 풀이 개인투자자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액 자산가 및 법인들이 직접 매수했던 중소형 빌딩 시장에도 간접투자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자금 모집에 뛰어드는 운용사들=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신규 운용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관투자가 모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실적이 없는 신규 운용사의 경우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받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J자산운용처럼 애초에 개인 자금 모집을 목표로 운용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중소형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강준 지지자산운용 본부장은 “신규 운용사들이 실적을 쌓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운용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형 부동산 시장과 기관 자금이 아닌 중소형 부동산과 개인 자금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모 형태로 49인 이하의 개인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100억~200억원 규모의 중소형 부동산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신규 운용사뿐만 아니라 기존 운용사들도 중소형 부동산을 눈여겨보고 있다.
우선 시장점유율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부동산 공모 펀드 활성화를 위해 중소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개인 자금의 특성을 고려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작은 빌딩도 공모형 상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존 운용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소형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리치몬드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입찰을 통해 매각되는 대형 부동산은 대형 운용사들이 장악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사모 형태로 개인 자금을 모으기가 쉬운 200억~300억원 규모의 중소형 부동산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 평범한 직장인들도 소유 가능=현재 중소형 빌딩 시장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거래된 500억원 이하의 중소형 빌딩 414건 대부분은 고액자산가나 법인들을 통해 직접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에 판매된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가 판매 하루 만에 600억원이 모두 소진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 자금의 수요가 충분한데다 운용사들도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을 공급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빌딩 중개와 자산관리(PM)를 주로 하는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아직까지 운용사들의 실적이 없는 상황인데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형 오피스빌딩에 비해 떨어지는 중소형 빌딩의 자산관리가 보다 체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은 대체로 6% 이상”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빌딩을 매입하는 것만으로는 수익률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매입 후 용도변경이나 증축을 통해 빌딩 가치를 올리는 선진화된 전략이 필요하며 임차인 유지와 공실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조권형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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