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카지노에 대한 트럼프의 파산보호신청 자료를 검토하다가 양측의 타협을 알게 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의 의혹 제기는 트럼프가 역대 대선후보들과는 달리 끈질기게 자신의 납세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뉴저지 주는 2002년 일종의 법인세인 ‘법인대체최소세’를 도입했다. 기업이 회계 조작으로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는 것을 막는 성격이었다. 새로운 세목이 생겨나면서 ‘도박의 도시’인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의 카지노들이 부담하는 주세(州稅) 규모는 4배 안팎으로 불어나게 됐다. 나중에 파산하기는 했지만, 트럼프는 1990년대부터 이 곳에 카지노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NYT에 따르면, 주 회계당국은 트럼프가 2004년 카지노 2곳에 대한 3차 파산보호신청을 했을 때, 그가 파산 절차에 필요한 ‘법인대체최소세’의 납부 계획서를 내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당국이 계산한 트럼프의 2002년과 2003년 ‘법인대체최소세’의 합산 규모는 880만 달러(97억9,000만 원)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카지노 운영으로 자신은 손해를 봤다면서 2002년에는 주 소득세도 60만 달러(6억6,700만 원), 이듬해에는 1,500달러(166만 원)만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에서 주 당국과 트럼프 측 변호인들은 이 세금 문제를 놓고 엄청난 줄다리기를 한 듯하다. 트럼프 측은 ‘법인대체최소세’에 위헌 시비를 제기하는가 하면 자신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납부를 거부했다. 트럼프가 또다시 파산보호 신청을 냈던 2009년 이 세금의 규모는 2천940만 달러(326억9,000만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뉴저지 주 카지노운영위원회’에는 주 세무당국에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신고했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의 카지노인 ‘타지마할’이 2003년 220만 달러의 ‘법인대체최소세’를 납부했다고 이 위원회에 신고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2010년 트럼프의 친구이던 크리스티가 주지사가 되면서 해결되는 방향으로 급진전했다. 트럼프와 크리스티는 2002년 카지노업자와 뉴저지 주 연방검사의 사이로 처음 만났고, 이후 부부동반 자리를 갖는 등 막역하게 지냈다. 2010년 헤더 린 앤더슨 뉴저지 주 검찰차장은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한 조정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했고, 이듬해 12월 5일 뉴저지 주 정부와 트럼프 측은 조정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뉴저지 주가 3천만 달러의 세금 가운데 500만 달러만 받는 방안을 수용했다는 내용이었다. NYT는 문서 검토만으로는 양측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런 합의에 도달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세금 감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크리스티 주지사의 대변인은 “주지사는 세금 논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추가 소송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세무당국과 납세자가 의도적으로 세액을 줄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감면폭이 너무 커서 특혜의혹이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데이비드 스킬 교수는 “뭔가 문젯거리가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깎아준 것은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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