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특별감찰 누설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야(野)3당은 특검에 대한 공조 태세 구축에 돌입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18일 대검찰청에 우 수석이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며 수사 의뢰를 한 가운데 국가 차원의 불법사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의 운명을 뒤흔들 스캔들로 번질 수 있어 사태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野 “특검 불가피” 與 “정치공세 말라”=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관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래서 우리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마저 무력화시킨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민주당에서 제안한 ‘우병우 특검’에 대해서는 아직 우상호 원내대표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진의를 파악해서 논의를 하겠다”고 특검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제 우 수석의 불법비리의혹 사태에 대한 진실규명은 검찰에 의해서도, 특별감찰관에 의해서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남은 길은 특검을 실시하는 것 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찰 내용이 구체적으로 유출됐는가이고 만약에 됐다면 중대한 사안이고 국기 문란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서 만약 유출됐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야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이고 추경 파행을 위한 정략적 꼼수가 담겨 있다”며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감찰 누설 의혹, 진실공방으로 비화=MBC는 지난 16일 보도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대상’이라고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MBC는 또 “이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활동의 만기가 19일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고 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에 이 특별감찰관이 17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자 MBC는 후속보도에서 “해당 언론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내용을 회사 내부에 보고했고, SNS로 유출된 보고 내용을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정치권에서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MBC는 보도 경위에 대한 설명을 하루 만에 바꾸는 등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SNS에 유출된 언론사의 정보보고 내용이 우 수석 측에 흘러 들어가면서 우 수석 측이 직접 MBC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오후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으나 현행법상 감찰 범위가 우 수석 재직 중 일어난 행위로 한정되는데다 진 전 검사장과 연관된 각종 의혹 보도에서도 흐름을 뒤바꿀 만한 결정적인 혐의가 나오지 않은 만큼 감찰 활동에서도 뚜렷한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도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 없다”며 8·16 개각에서 우 수석에 대한 별도의 인사조치를 하지 않는 등 재신임 기조를 확고하게 이어가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손을 잡았던 상황이 재현됐다. 단 이번에는 조선일보 역할을 다른 언론(MBC)이 하고 있을 뿐이다”au “원세훈을 살리기 위해 채동욱을 죽였고, 우병우를 살리기 위해 이석수를 죽이려 한다. 비열한 정권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