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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들 이런 불황형 흑자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나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0.64% 늘어난 804조5,5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이 0.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68곳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매출 위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를 포함하면 0.28% 뛰었고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0.93% 주저앉기까지 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4.44% 뛴 62조9,014억원을 기록해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매출이 정체한 상태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일 뿐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설비투자에 나서는 대신 비용을 줄이는 ‘마른 수건 짜기’를 한다. 방법은 줄이기 힘든 매출원가 대신 판매관리비를 아끼는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 5개사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해 상반기에만 5,700여명이 회사를 떠나거나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직원들 임금이 상반기에 고작 0.4% 오른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일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한 성장 위주의 경영을 해오던 기업이 외환위기 때 대기업들마저 쉽사리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모험 회피 경영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이 흐름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더욱 거세졌고 마침내 최근 몇 년간에는 매출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매출 정체에 영업적자까지 내는 것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출 증가 없이 마른 수건만 짜서는 결국 장기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살려면 영업이익을 내야 하고 영업이익을 키우려면 비용 절감보다 매출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매출 확대는 투자를 수반한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과를 얻어내는 기업가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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