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 명당 서점 숫자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노인과 아동 빈곤율 및 실업률은 가장 낮은 마을. 일본의 후쿠이현 얘기다. 세계 3대 안경 산지 정도로 알려진 후쿠이현은 일본 내 행복도 평가에서도 1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지역이다.
자연환경이 험하고 번성한 도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인 호쿠리쿠에 위치한 후쿠이현이 어떻게 일본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이 됐을까.
‘이토록 멋진 마을’은 기자를 거쳐 논픽션 작가로 독립해 활동하다 지난 2014년에 창간한 ‘Forbes JAPAN’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 후쿠이현이 일구어낸 기적 같은 자력갱생 생존모델을 탐구한 심층 리포트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오랫동안 탐색해온 저자는 독보적인 발전과 진화를 이끌어온 후쿠이의 경제와 독특한 교육 방식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또한 토착민과 외지인, 노인과 젊은 세대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21세기형 도시 생태계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입을 빌려 생생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후쿠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작은 마을에 일본의 대표 기업들이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다. 안경 산업뿐 아니라 섬유와 칠기를 비롯해 후쿠이현이 자랑하는 제조업 대다수는 우리가 흔히 사양산업이라고 부르는 직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이에는 세계 1위 제품 및 기술이 14개, 일본 내 1위가 51개나 있다. 모두 중소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이다.
강소기업을 만들어 낸 원동력은 바로 산학협력이다. 후쿠이대학교와 후쿠이공업전문학교는 기업체와 손잡고 공동개발을 한다.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파온 장인들과 IT에 능한 젊은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사양산업판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산학협력은 후쿠이 외 다른 마을에서도 이뤄지지만, 후쿠이만큼 성공하진 못하고 있다.
저자는 후쿠이를 행복한 마을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자발교육’이 핵심이다. 오래 전부터 후쿠이는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교육의 기초로 삼아 학습지도 요령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왔다. 지식을 습득하는 대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런 교육 덕분에 후쿠이에서는 때가 되면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과 일을 그만둬야 하는 노인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한평생 현역이고, 여성 역시 지역공동체를 위해 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후쿠이에서는 마을을 구성하는 지역민들 간의 애착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외지인을 배척하는 문화는 없다. 더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 지역민이 아니더라도 외지인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혜를 자연스레 습득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지만,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가 가야 할 길을 후쿠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후쿠이가 만들어 낸 생존모델을 촘촘히 뜯어보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힘겨웠던 경험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임을 후쿠이 지역을 취재하면서 깨달았다”며 “그러므로 지금부터 다가올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사진제공=황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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