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 공급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5살 난민 꼬마 ‘옴란 다크니시(Omran Daqneesh)’의 안타까운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에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냉혹하던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알레포에서 48시간 휴전할 준비가 됐다”며 “구호물자 차량이 알레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유엔의 계획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가 그동안 민간인 구호를 위한 48시간 휴전을 계속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항의의 표시로 인도주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한 직후 나온 발표다.
러시아의 입장 전환에 미스투라 특사는 반색하며 구호물자 전달 준비에 당장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서방 외교관 일부는 그 진의를 의심해, 유엔이 구호작업을 총괄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옴란의 모습이 지구촌을 뒤흔든 시점에 이 발표가 나온 점을 주목했다.
한편 옴란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된 후 시리아 내전을 향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카타르 작가 칼리드 알바이흐가 옴란의 사진 관련하여 그린 카툰은 2,800차례 리트윗됐다. 해당 카툰에는 ‘시리아 어린이에게 주어진 선택’에는 ‘남는다면’(If you stay)이라는 문구 위에는 옴란의 그림이, ‘떠난다면’(If you leave)이라는 문구 위에는 아일란쿠르디의 모습이 있다. 시리아에 남은 어린이도, 가까스로 탈출한 어린이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
쿠르디는 지난 2015년 9월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혀 변을 당한 시리아 난민 아기로, 사진이 공개된 당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옴란의 모습을 트위터로 공개했던 영국 텔레그래프의 중동 특파원 라프 산체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얼굴을 맞댄 가운데 옴란이 앉아 있는 듯한 합성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는 “시리아인들이 세상에 왜 알레포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조치도 취하지 않는지 묻는 듯, 옴란의 사진을 트윗하고 있다”는 설명이 쓰여 있다.
2012년부터 반군에 장악된 알레포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으며 반군이 정부군의 포위망을 뚫으려 반격에 나서면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3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 동안에만 알레포 지역에서 공습으로 민간인 233명이 사망했다.
향후 제2, 제3의 옴란과 쿠르디와 같은 아이들이 더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러시아의 ‘48시간 휴전’을 시작으로 시리아 내전을 완전히 멈추게 할 세상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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