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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고대도시 알레포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시리아는 바빌로니아부터 오스만튀르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만 6곳에 이른다. 수도 다마스쿠스와 상업도시 알레포는 그리스의 아테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등과 더불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시로 꼽힌다. 이 중 시리아 북부 해발 400m 고원에 위치한 알레포는 지중해 연안 지역과 동방을 잇는 고대 대상로(隊商路)의 관문이었다. 도시 역사만도 약 8,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와 비잔틴·오스만제국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구도심 전체가 문화유산이다.

이런 문화유적지가 5년4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의 향배를 가를 격전지로 떠올랐다. ‘아랍의 봄’ 혁명이 내전으로 비화하고 외세가 개입하면서 꼬여만 가는 시리아 내전에서 알레포가 핵심적 전략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국경에서 겨우 50㎞밖에 떨어지지 않아 반군으로서는 전쟁물자를 보급받는 데 용이하다. 정부군은 알레포로 통하는 병참 보급로를 차단하려 하고 반군은 사력을 다해 맞서고 있다. 알레포 지역 전투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7일 포연이 가득한 알레포 도시의 한 돌무더기에서 구출된 다섯 살짜리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충격적 사진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알레포미디어센터(AMC)가 게재한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에서 소년은 온몸에 잔해를 뒤집어쓰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구급차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지난해 시리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한 아일란 쿠르디(3)의 안타까운 모습과 오버랩된다.

이 사진의 충격으로 러시아는 알레포에서 48시간 휴전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크니시는 일생 동안 단 하루도 전쟁과 죽음·파괴·빈곤에 놓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고대문명을 탄생시킨 역사유적지가 더 이상 비극의 장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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