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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우리는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남북 체조선수들의 셀카에 담긴

화해·상생의 올림픽 정신 본받아

경제 양극화·남북관계 파탄 등

반전시킬 뒤집기 한판 기대한다





스포츠를 담당하는 부장으로서 17일간 리우올림픽을 지켜보면서 가슴 뭉클한 장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 보라면 여자 5,000m달리기 예선에서 서로 뒤엉켜 넘어진 두 선수가 상대를 책망하지 않고 사이좋게 격려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하던 모습을 주저 없이 꼽겠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넘어진 경쟁 상대를 일으켜 함께 완주한 뉴질랜드 대표 니키 햄블린과 미국 선수 애비 디아고스티노 두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들에게 ‘페어플레이상’을 줬다.

우리나라 태권도 간판스타 이대훈의 올림픽 정신도 빛났다. 태권도 남자 68㎏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8강에서 요르단의 복병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패자가 인정 못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다.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이대훈은 경기에서는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보다 값진 페어플레이 정신을 우리에게 심어줬다.

올림픽 무대에서 만난 남북한 선수들의 다정한 모습도 인상 깊었다. 특히 남북한 체조선수가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 한 컷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올림픽에서 정치적으로 의미 있었던 순간 10개 장면’을 선정하면서 북한의 체조선수인 홍은정과 남한의 경쟁자 이은주가 함께 셀피(셀프카메라 사진)를 찍은 것을 제일 앞에 배치했다. WP는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휴전 상태이지만 이 사진은 남북한 사이의 작은 평화를 만들어냈다”는 의미심장한 촌평을 잊지 않았다. 50m 권총에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룬 진종오가 북한 선수들과 호형호제하며 나눴던 친근한 대화도 훈훈했다. 그중에서도 “둘이 하나가 되면 더 큰 하나의 메달이 되는 것 아닌가”라던 북한 김성국의 말 한마디는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이렇듯 우리에게 상생과 화해의 메시지를 던져준 리우올림픽이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어떠한가.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이 리우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 등을 거론하며 파벌 없는 정치,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저 말 뿐이었다. 그 직후 단행된 개각은 탕평과 쇄신이라는 국민적 요구가 철저하게 무시됐고 세상은 여전히 ‘건국절 논란’과 ‘이석수 특감 논란’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경제는 또 어떤가.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이 0%를 기록했다. 우울한 소식이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층 소득은 크게 줄고 고소득층 소득은 늘었다는 점이다.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부족 탓에 소득의 양극화가 통제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한눈만 팔고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해 다급하다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강조했던 추경까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둘러싸고 입씨름하느라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남북 관계는 북핵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꼬일 대로 꼬였다. 여기에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움직임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 남과 북이 나아갈 방향은 분단과 대결이 아니라 통일과 화합이다. 리우에서 젊은 남북 체조선수들이 멋진 셀카로 보여준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제 또한 불균형을 바로잡고 상생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승자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경제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면 말이다. 아직도 시간은 늦지 않았다. 리우에서 펜싱의 박상영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패색이 짙던 승부를 경기 종료 직전에 극적으로 뒤집은 것처럼, 우리도 경제 양극화와 남북관계 파탄을 반전시킬 뒤집기 한판이 가능하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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