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do@sedaily.com
휴가철인 요즘, LG유플러스에는 부장(팀장) 자리가 오래 비어 있는 게 자주 눈에 띈다고 한다. 2주 짜리 장기 휴가를 간 것이다. 부장(팀장)과 지점장들은 의무적으로 장기 휴가를 내야 하는데 따른 것이다. 장기 휴가는 A형(8일), B형(10일)으로 나뉜다. 10일짜리를 쓰면 주말을 포함해서 최대 16일까지 쉴 수 있다. 팀장·지점장의 경우에는 장기 휴가를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이를 쪼개서 사용하려면 해당 부서 담당(상무급)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팀원(사원∼차장)들도 장기 휴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부장들이 장기간 휴가를 쓰게 된 것은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놀 때 잘 노는 리더가 일도 잘 한다’는 권 부회장의 지론이 영향을 미쳤다. 업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통신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장은 잠시도 쉴 수 없는 자리다. 중간 단계의 관리인으로 임원들로부터 수시로 호출을 받아야 하며, 부원들을 다독여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자리에 없으면 불안해진다. 업무를 놓고 2주간 쉬라는 회사의 지시는 당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2주간 휴가를 다녀온 부장들은 모두들 “여유 있게 잘 쉬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휴가를 떠난 부장들이 두 다리 뻗고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다. 업무와 완전히 떨어져야 제대로 쉬는 것이다. 임원들이 과연 부장을 그냥 둘 것인가 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휴가 중에 업무차 연락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부장이 호출을 받고 부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부하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 휴가 중에는 임원들의 호출을 금지시키고, 업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역시 금지 시키는 조치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쉴 수 있다.
한국은 휴가를 장려하는 문화가 아니라 장시간 근로가 만연돼 있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주 40 시간 근무는 꿈꾸기 어렵다. 그렇다고 연차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위기 탓에 야근을 하면서도 야근 수당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때문에 회사에 입사한 신입 사원들은 “일이 많아 죽겠다”는 푸념부터 한다. 항상 부족한 인력 때문에 한 사람이 휴가를 가면 누군가가 그 짐을 떠 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업무에 치인 사람이 휴가 간 사람의 일까지 떠 안으면 숨 넘어갈 수도 있다.
직장인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회사 다니는 게 즐거워진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제대로 한다는 철학을 갖고 추진하는 것인 만큼 LG유플러스의 장기휴가가 순조롭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장인들이 듣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쉬면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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