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있었던 ‘학교급식 식중독 예방 및 확산방지 브리핑’에서 유무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시도교육청과 실시하는 개학철 전국 학교 급식소 및 식재료 공급업체 합동점검을 오는 29일에서 닷새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틀 걸러 하루꼴로 학교 급식 식중독 사태가 빚어지고 난 뒤 내놓은 대응책 중 하나다.
‘선(先) 사고 후(後) 수습’이라는 보건 당국의 안타까운 모습은 폭염 앞에서도 여전했다. 연일 이어지는 가마솥더위에 식중독균의 왕성한 번식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발 빠른 대처는 어디서도 없었다. 폭염 속 질병 예방에 앞장서야 할 주무부처인 식약처와 교육부는 서울 은평구 중·고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한 사실을 3일이나 지난 22일 오후에야 신고받고 조사에 나섰다. 이후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식중독 사태에 정부는 부랴부랴 위생점검 강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 방안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맞는 새 해법이 아닌 예년부터 이어져 온 전형적 재탕, 삼탕 대책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식약처는 이날 ‘고온 다습한 날씨에 농산물 곰팡이독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곧 폭염이 물러난다는 상황에서 “예방을 위해 매년 이맘때 내놓는 것”이라는 관련 부처의 말은 ‘뒷북 대응’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자평하는 부처에서 내놓는 보도자료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선제(先制)’ 라는 말이다. 선수를 쳐 여러 문제를 미리 방지하겠다는 ‘적극성’을 한껏 내포한 말이다. 식중독 관련 기사에 달린 한 시민의 자조 섞인 인터넷 댓글을 보면 늘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정부가 올해 폭염에서 거둔 성적표는 얼추 짐작이 간다. “누가 죽거나 단체로 쓰러져야만 윗분(?)들이 움직이겠죠.”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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